글머리에
필자는 지난 십 수 년 간 동포사회의 한글교육에 일조가 될까하여 워싱턴 한글학교 협의회(WAKS) 및 전 미국(NAKS) 협의회 이사회 임원 및 이사장이라는 책임을 맡으면서 한글교육의 주변을 서성였던 사람이다. 나름대로 발전지향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보고 느끼고 아쉬워했던 사안들을 묶어 퇴임에 앞서 동포사회에 보고 드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따라서 이는 필자의 체험기 같은 것이지만 재미 한글교육 발전의 진솔한 참고가 되도록 어둡고 거북한 그늘까지도 가감 없이 밝혀 보고자 한다.
이 글은 I. 동포사회의 책임 II. 재미 한글 교육의 내부적 숙제 III. 한국 정부의 역할과 바람으로 나누어 보고 드릴 예정이다.
I. 동포사회의 책임
필자가 십여 년 전 한글교육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깜짝 놀란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한글교육 사업에 정작 동포사회의 관심과 역할이 비어 있다는 것이었다.
워싱턴 한글교육이 시작된 지 스무 해가 다가오며 비록 교회 부설이 대부분이지만 학교 수가 60여개를 헤아렸는데도 동포사회의 주인 자리는 비어 있었다. 봉사정신이 투철한 교사집단과 너그럽게 장소를 내어 주는 교회들과 국책지원을 담당한 대사관의 3자 공조체제가 잡초처럼 강인한 존립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십여 년이 더 흐른 오늘에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주인 없는 한글교육이 기적같이 30여년을 견디어 온 것이다.
재미 한글교육의 실태를 보자.
교사집단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바쳐 기초적인 교육 인건비를 감당할 뿐 그 이상의 재정부담 능력이나 교육 발전 계획을 설계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
장소를 제공하는 교회들은 종교단체이지 교육 전문가가 아니며 한글교육의 장래나 재정지원에 나설 형편이 또한 아니다.
동포사회와 한국정부의 접점인 대사관은 모국 정부의 시책을 전달 실시하는데 한정되어 있어서 동포 한글교육을 주도할 입장에 서 있지 않다. 바꾸어 말하면 동포 한글교육은 모국 정부의 주관적 책임도 아니며 그렇다고 미국 현지 공교육의 제도 안에도 들어있지 않는 들풀 같은 존재로 가장 중요한 주인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누가 재미 한글교육의 주인이며 주체가 되어야 할까? 두 말할 필요 없이 집단적 동포사회가 주인의 자리에 지체 없이 들어서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필자가 기고했듯이 재미 한글교육은 학생에게는 확고한 뿌리의식으로 더 높고 더 크게 자랄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을 마련해 주고 대학입학 취직 연봉에서 유리하게 하며 주류사회 리더로서는 재미 동포들의 위상과 지위를 보강하며 나아가 외교력 부족에 허덕이는 모국 대한민국의 외교 후원군 역할까지 하게 하는 놓칠 수 없는 실용교육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막중한 교육의 재정운영 실태를 보면 약 100개의 한글학교로 구성된 워싱턴 WAKS의 연 예산 6~7만불 중 동포사회의 기여는 2~3만불 선에 맴돌고 14개 지역협의회에 약 600개의 학교를 거느린 전국 NAKS 연 예산 20~25만불 중 동포기여는 연 5만불 선을 넘지 못한다. 워싱턴 동포사회가 지역 WAKS에 연간 5만불 선, 전국 NAKS에 1만불을 기여하면 재미 한글교육은 아연 활력을 얻을 형편이다.
재미 동포사회의 성장과 경제적 성취로 보아 이는 결코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문제는 관심과 실행이다. 동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재미 한글교육은 나와 우리의 책임이라는 인식하에 하루속히 동포사회가 한글교육의 주체가 되어 더할 수 없이 귀중한 재미 한글교육 발전의 중흥을 이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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