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 TV에 나온 특별 드라마 하나를 소개한다.
밤에 술 접대를 하는 바에 나가 돈을 벌어 겨우 생활을 이어가는 이모와 함께 사는 은하는 오늘도 학교에서 과외비 독촉에 울상이 된다. 중학교 2학년이면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얼마 전까지는 등록금 걱정에 어쩔 줄 모르지 않았던가. 돈이 없어 속상해 하는 그녀에게 친구는 한 개의 전화번호를 건네준다.
이 할머니 손녀딸이 지금 거의 우리 나이쯤이라는데 동네 사람들이 어느 날 집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고 한단다. 한편 오늘도 할머니는 손녀딸 지연이 생각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화벨이 울리고 들려오는 소리는 손녀딸 지연이가 많이 쓰던 말 “할머니, 나야” 라고 하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엉겁결에 “너, 누구니? 우리 지연이니? 지연이 맞아?” 라고 하니 “응, 할머니, 나야, 지연이”라고 하는 것이다.
은하는 급히 대답을 하고 자기가 지금 엄마랑 사는데 자전거를 타다가 부상을 당해 돈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 이후도 두어 번 다른 이유를 대며 할머니께 돈을 보내 달라고 하는데 할머니는 항상 더 많은 돈을 넉넉히 보내 주셨다.
어느 날은 전화해서 “할머니 나 속상해, 오늘은 내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전화 했어” 하면서 자기의 어려운 형편과 친구들이 이모랑 산다고 놀린다는 이야기를 이어 갔었다. 이때 전화 저편에서 듣고 계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넘어지시는 소리가 나자 놀라고 걱정이 되어 친구에게 주소를 물어 할머니를 찾아간다.
마침 그때 다시 깨어나신 할머니는 자기를 걱정해서 와준 은하에게 고마워하고 그 애가 모두 필요한 곳에 돈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일 끼니마저 걱정한다는 은하에게 할머니는 자초지종을 얘기한다.
사실은 할머니 손녀 지연이는 몇 년 전에 죽었다면서 할머니와 둘이 살려니 할머니는 돈을 벌러 가까운 가게에 지연이 혼자 집에 몇 시간씩 두고 일을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날도 울며 매달리던 지연이가 혼자 생일 놀이를 한다고 촛불을 켰고 아마 그 애가 5 살이었지. 그리고 내가 집에 왔을 때 집은 거의 타고 지연이가 보이지 않는 거야. 하시며 할머니는 우시기 시작했다. 그 이후 지연이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루었고 또 아무도 전화하는 사람이 없어 외로웠는데 은하가 말동무 해 주어 너무 고마웠다고 얘기한다.
할머니는 은행에서 자기가 적금을 들어 놓은 많은 돈을 함께 찾아오는데 중간에서 나쁜 친척에게 뺏길 뻔한 것을 막다가 은하가 다친다. 할머니가 약을 사러간 사이 은하는 돈을 모두 들고 집에 와서 풀어 보니 할머니의 편지 한 장이 그곳에 들어있었다. “우리 지연이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우리 지연이 나이 또래의 고생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이 돈으로 그 애들을 도와 주세요” 라고 써있는 것이다.
은하는 돈을 그냥 갖자는 이모(그녀가 이모가 아니고 사실은 엄마임을 알고)를 설득해서 돈을 들고 할머니 집으로 온다. 그러나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은하는 도둑으로 몰려 경찰서로 잡혀간다.
취조를 받는 도중에 금방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순경은 할머니가 바로 손녀딸 은하 그 애에게 그 많은 돈 모두를 준 것이 맞다고 병원에서 말씀 하셨단다. 병원으로 달려간 은하를 반갑게 맞으시는 할머니, 그리고 조금씩 회복이 된 할머니는 은하 엄마가 가게를 차리도록 도와준다. 오늘도 은하는 학교가 끝난 후 할머니께 전화를 건다. “ 할머니, 나야.”
이혜란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