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가 밝았다. 해는 만고(萬古)의 해이지만 워싱턴 지역에 솟아오른 아침의 해는 오늘따라 한결 눈부시고, 저 멀리 내다보이는 눈 덮인 겨울산은 여름의 푸르름 못지않게 힘과 의연함을 나타내어 믿음직하다.
새해의 첫 월력을 젖힌다고 세상이 갑작스럽게 달라지겠는가? 물론 새 역사에 때맞춰 달라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은 일부분이요 대개는 여전히 오던 대로 지속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한 사람의 생존은 보편적으로 이동하는 선 위에 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현재의 그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자신을 그 선으로부터 분리시킬 수도 분리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물리적 환경과 인간적 환경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고정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유전적인 요소와 창조주가 부여한 요소의 생물학적 구조는 그 변경이 아직까지의 의학적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새해가 열리면서 달라져야 하고 또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세상에서 움직이며 사는 인간 정신이다. 인간 정신은 얼마든지 새로움을 흡수할 능력이 있다. 사람이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을 만큼 정신의 변화를 가져야 하는 것도 활력을 제대로 기르고 부리기 위해서다. 외면적인 변화와 달리 내면의 변화는 마음먹기에 따라 가능한 것이다.
정초는 한 해의 아침이다. 정초에 새로움을 작심하는 것은 생활양식에 신선함의 변화를 주어 주어진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함일 것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인류와 더불어 태초부터 있어 온 일이다.
인류는 이러한 내면의 요구가 있음으로 해서 새 역사가 가능할 수 있고, 참되고 좋고 아름다운 것의 성취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리라 믿고 있다. 때문에 늘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실패를 맛 볼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지고 거기에는 창조력이 수반되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하게 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누구에게나 불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때론 삶의 추진력이 될 수 있다. 사람에게 조금도 불만이 없다면 그 인생은 발전 없고 희망 없는 정지된 인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과학이나 산업,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불만이 있음으로써 그것을 보완 발전시켜 오늘날의 눈부신 성과를 이루지 않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단조롭지 않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혼잡돼 있다. 이는 모순된 것이 아니다. 오래된 것 가운데서 새로운 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다.
사려 깊은 눈으로 사물과 세상을 보는 자는 오래되고 친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우리가 백번의 같은 노래를 들어도 그 때마다 다른 새로운 감흥을 느끼고, 같은 구절이나 단락의 성경을 읽어도 매번 영감이 바뀔 수 있음을 경험한다. 좋아하는 시를 접하는 마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에는 싫증이 자리잡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새로운 광채와 새로운 따사로움과 새로운 환희와 새로운 기대가 있을 뿐이다.
온고지신!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안다는 뜻이다. 옛 것이라 해서 케케묵은 옛날 것이 아니라 현재를 기준하여 지난 시간 과거에 축적해 놓은 지식과 경험을 의미한다. 온고지신의 삶이란 지식의 풍족함을 요구한다기보다 지혜로운 삶을 필요로 한다. 2012년 경제 전망은 한국이나 이곳 미국이나 밝지 못하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 사실, 먹거리 걱정, 주거 문제, 취업 등으로 몇 년간은 단련되어온 우리 커뮤니티가 아닌가?
과거의 힘든 경험이 2012년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가정을 우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 마음 새 각오로 힘차게 출발하여 온고지신을 누리는 지혜로운 가정 복된 모든 가정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안상도
새하늘 교회 목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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