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어느 송년 모임에 참석했다. 맛있는 음식도 같이 나누고 기타 반주에 맞추어서 노래도 부르고 윷놀이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헤어지기 전에 가졌던 ‘송년 덕담 뽑기’라는 순서였다. 신년을 맞이하면서 상대방에게 주고 싶은 덕담을 5자 이내로 적어 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좋은 덕담으로 뽑힌 것이 “행복하세요”였다. “건강하세요,” “오래사세요” 등 많은 덕담들이 공개 됐지만, 단연 “행복하세요”가 1위를 차지했다.
‘행복,’ 그것은 인류가 이 세상에 존재한 이후로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온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학자들과 사상가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를 알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고, 그 결과로 행복에 대한 많은 저서와 정의도 나와 있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단어만큼 주관적이고 애매한 개념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흔히 말하듯 무지개나 파랑새처럼 보기에 좋아 따라가 보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게 또한 행복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복학 강의가 최고 인기 강의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 강의에서 인용한 ‘블록’의 행복에 관한 정의는 눈길을 끈다. 그는 “행복이란 넘치는 것과 부족한 것의 중간쯤에 있는 조그마한 역이다. 사람들은 너무 빨리 지나치기 때문에 이 작은 역을 못보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우리가 인생이란 기차를 타고 너무 큰 것, 너무 높은 것만을 바라보고 빨리 달리어 가기에,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친절, 우정, 가정, 명상, 자연, 음악, 용서, 감사, 운동 등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요소들을 놓쳐 버린다는 것이다.
‘로버트 헤스팅스’의 ‘정거장’이란 시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행복을 정의한다. “우리들은 자신이 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종착역에 도착하면 많은 멋진 꿈들이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쉬지 않고 객차의 복도를 서성거리며, 지체하는 순간들을 욕하며 종착역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종착역에 도착하면 다 되는 거야’ 하고 우리는 소리친다. ‘내가 18세가 되면,’ ‘내가 승진하면,’ ‘막내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내가 은퇴만 하면’….”
이 시에는 미래라는 종착역만을 위해서 애쓰면서 도리어 인생을 허비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진정 행복한 삶이란 위대한 미래를 꿈꾸며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자꾸 유보하는 삶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늘을 잘 사는 사람이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행복은 인생의 대단원 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행복에 대한 해석과 정의는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공감하는 것은 1817년에 미국에서 태어나 선각자로서 불후의 명저 ‘월든’을 남긴 ‘헨리 데이빗 소로’의 말이다. 그는 월든에서 “행복한 삶이란 나 이외의 것들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별을 별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발에 채인 돌맹이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 때,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비로소 행복은 시작된다. 사소한 행복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하루 한 시간의 행복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고 행복을 정의한다.
또 다시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왔다. 사실 세월은 매듭이 없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지만, 인간이 하루와 한 달과 한 해라는 매듭을 만들어 놓고 사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는 그 매듭이 있기에 달이 바뀌거나 해가 바뀌면 새로운 각오도 하고 새로운 희망도 갖는다.
‘행복’과 ‘희망’은, 새해를 맞으면서 누구나가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아야 할 명제일 것이다.
이세희
Lee & Asso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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