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을 살아온 연륜의 나이답지 않게 철없고 티 없는 순수한 어린 소년처럼 왜 그렇게 가슴이 처음에는 콩당콩당 하다가 쿵당쿵당으로 뛰던지, 무언가 흥분되어 지고 호기심까지 발동 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모임 장소로 가는 도중에 차 뒷좌석에 앉아 저녁 노을이 붉게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워싱턴 문인회 회원이 된 이래 처음으로 내 모습을 드러내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미리 통보 받은 지정된 장소와 시간에 1분도 넘기지 않고 정각 저녁 6시에 도착했다. 우래옥 입구에서 맨 끝 안쪽이 만남의 장소였다. 두 세 계단을 밟고 밑으로 내려가면서 넓은 방 안이 들여다보이는 문턱에 섰을 때 그 방안에 있던 회원들이 기억난다. 마치 내가 태어나고 자란 꿈에 그리던 고향 땅에 다시 되돌아온 것을 금의환향이나 하는 고향 사람들처럼 밝고 맑게 웃음 짓는 모습으로 ‘어서 오십시오 진심으로 귀향한 것을 환영 합니다’라고 말하는 표정들 같았다. 나 역시 그 웃어 보이는 얼굴 표정들을 보고 매우 기뻤고 순간 행복했다.
투병 생활로 병원이 마치 내 집인냥 들락날락 하면서 수년 간 견디기 힘들만큼 아픔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었기에 그동안 문인회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도 참석할 수가 없었다. 그간 마음속으로 ‘언제쯤 병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인이 될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을 해 오면서, 또 고생하는 아내의 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병원에서 간 이식 제공자가 나왔으니 즉시 병원으로 와 달라는 의사의 전화를 받았고 결국은 간 이식을 성공적으로 받을 수가 있었다. 지금도 이 모든 것이 가족의 사랑의 힘과 하나님의 은혜가 나를 생사의 귀로에서 살아 나오게 하신 게 틀림없다고 생각 한다. 또한, 무엇보다 14세 어린 소녀의 간을 받게 해 주셨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못 한다. 몸이 많이 회복되어 처음으로 문인회 모임 사랑방에도 참석케 되었으니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글 사랑방이 성공적으로 그 맥을 이어가는 이유는 즉, 문학을 매우 사랑하며 보물보다 더 값지게 생각하고 있는 각 분야에서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회원의 자격을 획득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 자신도 자부심을 갖게 된다.
매월 한 번씩 모임을 갖고 회원 간 장르별로 창작한 시, 수필, 소설 등을 발표함으로써 상대방의 작품을 평가, 논의 또는 의견을 나눠 가지면서 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각자 서로 다른 분야에서 현재 생활 경험담 또는 체험담 등을 들으면서 좋은 점도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과 회원 간의 화기애애한 친목 분위기가 이 모임의 장점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몸 상태가 더욱 회복된다면 빠짐없이 모임에 참석하고 싶다. 사랑방 모임은 문인회 속에서 오늘과 같이 내일도 연연히 존속 되어져 나가게 될 것이 틀림없다.
옛날에 한옥집에 살 때는 사랑채 즉 사랑방이 있어서 손님이나 친척들이 오면 그 방을 쓰도록 한 것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때 느낀 것이 있다면 한 가족처럼 따스하고 온정이 넘치도록 부모님께서 사랑방 손님을 대접 하신 것 같다. 우리 문인회 사랑방도 그렇게 무언가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이 회원들 사이에서 존재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서로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마치 피를 나눠 가진 부모, 형제자매처럼 피부에 와 닫는 것을 그 첫날 글 사랑방 모임에서 깨달았다.
이런 문학 모임을 통해 좋은 정보를 같이 공유하면서 더불어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일구어 나가는 게 나의 바람이며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사랑방은 언제나 따스한 사람의 정과 샘물처럼 창작문예가 품어 나오는 방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여유 있는 삶의 가치를 찾고자 그 사랑방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홍병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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