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60년 만에 오는 임진년(壬辰年) 곧 흑룡(黑龍)띠의 해라고 다른 해보다 더 큰 희망에 부풀어 있다. 글쎄 그 흑룡이라는 말이 정말 흑룡인지, 청룡인지, 백룡인지 그 근거가 어디에서 온지는 알 수는 없지만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그래도 평범한 용보다는 복을 주는 면에서는 흑룡이 더 나은지 흑룡을 세웠는지도 모른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쥐도 백쥐가 좋고, 소도 누렁이보다는 백소가 좋아서 복을 준다면야 무어라고 할 말이 있겠는가?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사실에 대한 해석도 또한 중요하니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면야 비진리만 아니라면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이다.
한 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누구나가 다 똑같을 것이다. 성경말씀에도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으니 아무튼 새 해를 맞이하여 각자마다 갖는 마음은 새로운 결심과 희망으로 시작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용은 실제의 동물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용을 중국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고 그 용을 모든 물과 땅, 그리고 온 땅을 다스리는 최고의 동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용이 비상하게 되는 것은 축복과 번영, 그리고 권세가 함께 공존하는 풍요의 상징으로 등장을 시킨다. 그런데 성경은 동양의 사상과는 달리 용을 악의 근원으로 생각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큰 용이 내어 쫓기니 옛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단이라고도 하는 온 천하를 꾀는자라 땅으로 내어 쫓기니 그의 사자들도 저와 함께 내어 쫓기니라(계 12:9).”
용은 비상할 때야만 용이 된다. 용이 비상하지 못하면 이무기에 머무른다. 그러기에 용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그 때는 천기(天氣)가 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모든 것이 다 때가 있고, 기한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비상하는 그 순간보다는 비상하기 위해서 바다 속에 웅크리고 있는 와룡(臥龍)의 상태가 사실 더 무섭고 기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비슷한 것이 호랑이가 먹이를 위해 몸을 풀이나 나무에 납작 엎드려 몸을 숨긴 모양이다. 이것을 장룡(藏龍)이라고 한다. 그 장(藏)이라는 것이 남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다.
겨울에 아궁이에 불을 때기 위해서는 작은 불을 켜야 한다. 한꺼번에 아궁이에 불꽃이 가득 담겨 활활 타는 불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타지 않을 때는 입으로 바람을 내거나 부채질을 해야 한다. 용이 하늘을 날아 천하에 최고의 권세를 누리려면, 배고픈 호랑이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이를 잡으려면 엎드릴 때는 의도적이라도 납작 땅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엎드려야 한다. 설령 비굴하다고 할 정도까지라도 머리를 숙여야 한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서는 다리를 웅크리듯 말이다.
부자는 한꺼번에 부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부자는 하늘에서 돈다발이 내려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절약과 절제를 바탕으로 절도 있는 생활 습관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민 생활에서 그래도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 그런 것이다. 그래서 “눈물 섞인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괴테가 말한 것이다.
새 해가 밝았다고 바로 내일 대박이 터지지 않는다. 대박을 꿈꾼다면 올해 한해는 망치는 것이다. 와룡장호의 삶을 하나씩 이루어 가야 한다. 때로는 이를 악물고, 때로는 눈물을 닦고, 때로는 억울함을 가슴에, 때로는 피곤함을 참으며 살아야 한다. 만일 배부르지도 않으면서 배부른 마냥 벌렁 누워 뒹구는 누운 호랑이, 곧 와호(臥虎)가 되고, 비상해야 하는데 웅크리고 몸을 숨기고 있는 장룡(藏龍), 와호장룡이 된다면 올해는 흑룡의 해가 아니라 토룡(土龍), 지렁이가 될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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