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축전은 한인의 첫 미주 이민 기념일인 13일보다 하루 늦은 14일에 예년과 같이 노바문화센터에서 기록적 성황을 이루며 열렸다.
그런데 개회 인사에 나선 이은애 회장의 ‘코리안-아메리칸 이민 역사의 성숙기를 선포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에 화답이나 하듯이 축전 진행 순서와 내용은 사뭇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개회 선언에 이어 참석자 전원의 애국가 1절 합창 후 등단한 열린문 한국학교 2학년 일곱 살 최영민 군이 앙증맞은 한복차림에 또랑또랑 어린 목청으로 애국가 2, 3, 4절을 깔끔하게 외워 불러나갈 때 청중은 감동하고 필자는 울컥 눈물을 흘렸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 백발에 이르도록 미처 다 외우지 못했던 우리 애국가 가사를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 3세 어린이가 보란 듯이 완창할 때 무안할 틈도 없이 우리 후세 어린이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이를 일구어 내신 그 부모의 깨어있는 의식과 한글 교육의 피땀 어린 봉사의 성과를 확인하는 감동이 너무나 절절했기 때문이리라.
주류 정계 대표들의 의례적 축하에 이어 섀론 불로바 훼어팩스 군수가 1월13일을 훼어팩스 한인의 날로 결의한 패문을 전달받은 일은, 2005년 연방의회 지정결의 이후 우리 고장의 또 다른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주제 발표에 나선 전 부시 행정부 국가 안보회의 동아시아 담당 국장을 역임한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는 한미관계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의 강화요인과 문제를 실감나게 짚어내어 과거의 의례적 한인 띄우기와는 사뭇 다른 생생한 연설을 제공했다.
한 가지, 한국말을 전혀 섞지 않은 영어 연설이어서 모든 청중에 대한 전달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간 휴식 후 등단한 워싱턴 세종학교 4학년 아홉 살 정다영 어린이가 이민 2세 미국 태생의 불리함을 이기고 완벽한 우리말로 ‘나는 코리안 아메리칸임이 자랑스럽다’고 외쳐 나갈 때 장내는 놀라움과 감동으로 뿌리의 귀중함과 교육의 힘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들 어린이들의 등장은 한인재단 워싱턴 이은애 회장과 임원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한인의 날을 역사를 돌아보는 과거형에서 한인 성숙기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전향적 변환의 동력으로 우리말 우리 문화를 앞세운 정체성 확립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교육 없이 미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쉴 새 없이 되뇌고 다짐해야 할 우리의 각오가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보던 우리의 고전 춤사위와는 달리 서미희 무용가의 새춤 또는 학춤은 느린 율동 속에 무게를 감춘 우리 무용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왔다.
연이어 고교생들의 케이팝(K-Pop) 소녀시대로 한국문화의 진행형 세계화를 확인했으며 마지막으로 타이거덴 태권도장을 비롯한 유치원생으로부터 중학생에 이르는 80여 명의 미국학생들의 출연은 한인의 날을 진정한 의미의 한미 양국의 날로 한 단계 격상시킨 인상을 갖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과거의 태권 무술 시범에서 벗어나 태권문화의 미국 정착기를 보는 듯한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태권도가 한미교류에 얼마나 크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실증하는 한마당이 되었다.
이와 같이 재정상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알찬 기획으로 참석자 4백 명을 헤아리는 성황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허전한 뒷맛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는 미 주류 정객들이 다수 참석해 주신데 반하여 정작 한국 측의 비중은 너무 미약했다는 느낌과 워싱턴 한인사회에 수백에 달하는 단체가 어지러울 정도로 결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중 있는 단체장들의 참여가 너무도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인의 날, 그것은 미 연방 정부가 공인할 만큼 미주 한인 모두가 같이 해야 할 기념일이자 한인의 지위를 가름하는 생생한 현장인 것이다. 내년부터 우리 모두 이 날을 함께 가꾸고 참여하여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빛내는 지혜를 발휘하는 마당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내원
이순신 숭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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