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혜성처럼 등장한 한 중국계 선수로 NBA가 들썩이고 있다. 뉴욕 닉스의 포인트 가드 제레미 린(23)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NBA 골수팬들에게조차 이름이 생소한 린은 지난 토요일 밤 뉴저지 네츠와의 경기에 출전해 25득점과 7개의 어시시트로 팀 승리에 기여한 데 이어 월요일 유타 재즈와의 경기에는 첫 주전으로 나서 28득점, 어시스트 8개로 원맨쇼를 펼치며 또 한 번 승리를 견인했다.
그동안 NBA에는 몇 명의 동양계 선수가 있었지만 야오밍처럼 거대한 체구를 앞세운 센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북가주 팔로알토 출신으로 신장 6피트3인치인 린의 포지션은 코트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포인트 가드이다. 포인트 가드는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뛰어난 기량과 감각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린의 신데델라 스토리에 중국 커뮤니티는 물론 한인들을 비롯한 다른 동양계 커뮤니티들도 열광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린의 돌풍은 동양계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 준 쾌거이기 때문이다. 농구, 특히 NBA는 흑인들과 일부 백인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점프력과 스피드를 요구하는 농구에서 동양계는 흑인들에 비해 처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광범한 인식 탓에 동양계는 선수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를 받기 힘든 처지다.
게다가 린은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이다. 하버드는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이지만 스포츠 명문은 아니다. 린은 지난 1953~1954년 시즌에 단 11게임을 뛰고 사라진 에드 스미스 이후 첫 하버드 출신 NBA 선수다. 근대 프로농구가 시작된 후 첫 하버드 출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동양계라는 사실은 어릴 적부터 농구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온 린이 NBA 커리어를 추구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하버드 대학을 아이비리그 최강팀으로 우뚝 서게 한 성적과 기량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명한 NBA 팀은 없었다.
서머리그 참가를 통해 어렵사리 NBA에 입성했지만 벤치워머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뉴욕으로 트레이드 된 후 팀 주전들의 부상 때문에 얻은 출전 기회를 제대로 살려 인생반전의 기회로 만든 것이다.
지금 뉴욕 농구팬들은 린에 푹 빠져 있다. 스타선수들을 모아 놓았음에도 성적이 신통치 못했던 닉스가 린이 나선 후 면모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뉴욕 언론들은 린 돌풍을 ‘린새너티’(Linsanity)라고 지칭한다. 미친 짓 혹은 광기를 뜻하는 ‘인새너티’(Insanity)에 린의 이름을 붙여 그의 활약을 믿기 힘든 일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즈와의 경기 후 NBA TV와 가진 인터뷰를 보니 목사가 장래 희망이라는 젊은이답게 겸손하고 신심이 깊어 보인다. 농구팬들에게 그저 농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과 지성까지 갖춘 동양계 선수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것 같은 좋은 느낌을 안겨준다.
린은 NBA에서 동양인은 안 된다는 편견을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사회 곳곳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높은 벽을 넘어서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수많은 동양계 젊은이들에게 린의 활약은 격려와 자극이 된다. 금요일 저녁 5시부터 벌어지는 LA 레이커스의 뉴욕 원정경기를 시청하면 린의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린새너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한인 농구팬들은 이제 볼거리, 관심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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