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로 탈북자 북송문제가 뜨거운 감자이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전 세계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경제문제로 국경을 넘은 월경자일 뿐 난민이 아니다”라며 탈북자의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중국의 탈북자에 대한 제한된 법적해석에 대항하기 위해 서울과 워싱턴 DC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단식 투쟁 및 탈북자 북송 중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도 탈북자가 굶주려서 탈북한 사람들이기에 정치적 난민의 지위를 인정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의회는 2004년 10월 “북한 인권법”이란 특별법을 제정하여 탈북자의 인권 보호와 인도적인 지원의 증진을 위해 탈북자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미국 입국의 길을 열어 주게 되었다. 이 법이 제정된 이 후 최초로 탈북자 6명이 2006년 5월 태국을 통해 난민 신분으로 미국 입국을 하게 되었다.
그 후 2007년 12월에는 유엔난민 고등판무관실(UNHCR)의 도움으로 제3국을 통하지 않고 중국에서 직접 미국으로 온 3명의 탈북자가 있었다. 태국에서 온 첫 탈북자와 중국에서 온 첫 탈북자를 무료 변론하여 미국 영주권을 받게 해 주면서 내가 느낀 것은 북한 인권법의 혜택을 받으려면 중국을 통해서 직접 미국으로 오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란 것이다.
북한 인권법이 통과된 지 7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미국에 온 탈북자는 겨우 120여 명 밖에 안 된다. 이는 탈북자들이 미국 입국을 위해 생명을 무릅쓰고 중국 탈출을 시도하고 제3국의 국경을 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탈북자들이 중국을 통해서 입국을 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북한 인권법은 탈북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말 것이다.
탈북자의 약 90%는 여자이다. 북한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자는 정치, 경제적 차별대우와 박해를 벗어나고 생존을 위해 탈북을 선택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북한 정치 체제에 대한 항거의 뜻으로 탈북하는 행동 그 자체가 바로 ‘상징적인 정치적 의견’인 것이다.
또한 북한에서 탈북자 가족들은 새로운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이 형성되어 탄압과 박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탈북할 경우 탈북자는 공개처형을 당하며, 3대가 정치범 관리소에 끌려가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탈북자는 더 이상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문제화 되었기에 ‘난민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에 의거해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우리는 중국 정부에 대해 탈북자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탈북자들이 미국이나 제3국으로 난민지위를 인정받고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의 협조를 구할 때가 되었다.
탈북자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다. 탈북자 문제를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미국과 같은 ‘북한 인권법’의 제정이 절실히 요청된다. 왜냐하면 법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