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만물은 물을 통해 생명유지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물은 자신의 어떤 형태나 이름을 요구하지 않는다. 늘 상대방에게 생명을 주고 그 상대의 모습 속으로 녹아져 들어가 그 모습을 가지면서도 그것으로 만족해한다. 그리고 자신은 없어지더라도 그 생명은 그 안에 있게 한다. 이것이 『도덕경』 8장에서 말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철학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의 기준은 어떤가? 명성을 얻고, 실력을 쌓아 다른 사람보다 탁월함을 인정받아야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는 시대가 아닌가!
노자는 『도덕경』8장에 상선약수라는 말로 이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상선약수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上善) 물처럼 사는 것(若水)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노자는 세상이 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며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남과 다투거나 과한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부쟁(不爭)의 원칙이다. 언뜻 보면 소극적인 이 시대의 가치관가 맞지 않는 듯 보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는다.’ 물은 내가 생명을 유지시켜 주였다고 일일이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에게 좋은 일과 어떤 도움을 주고 생색내며 자랑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알아 달라 집착하지도 않겠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 중에 싸움이 어디로, 다툼이 어디로 나느뇨 너희 지체 중에서 싸우는 정욕으로 좇아 난 것이 아니냐(약 4:1).” 다투는 것은 우리의 욕심과 정욕 때문이기에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자기의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으며(갈 5:24) 살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겸손의 원칙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임하기에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것이다. 넓고 깊은 강과 바다와 같이 원대함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계속해서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스스로 외치며 달려간 결과가 아닐까?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와 가장 낮은 곳으로 계속해서 내려가는 물을 보면서 노자는 겸손의 본으로 삼고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의 죽으심이라(빌 2:5-8).”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신 아름다운 겸손, 하나님이신 그분이 영광의 자리를 내려놓으시고 종의 모습으로 자기를 비우신 모습.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겨주시는 모습. 화려한 궁궐이 아니라 거친 광야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삶을 나누시는 모습. 그 분은 진정 겸손과 사랑 그 자체이시다.
죄와 허물을 모두 지시고 골고다 언덕, 십자가를 향해 묵묵히 가시는 겸손의 모습. 온 세상의 더러움을 모두 끌어안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넓은 바다를 이루는 물과 같이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공을 세워서 자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 남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것은 상식처럼 되어버렸고 이것이 성공과 출세라고 부러워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군림하려 하면 넘어질 것이고, 자랑하려 하면 그 공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결국은 알게 될 것이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이 가장 높은 곳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스스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보여 주신 예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며 한 번쯤 우리를 돌아보면 어떨까?
나인상/ 목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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