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보신각에서 서른 세 번의 타종소리가 울린다. 어둠을 밀어내고 새 빛을 환영하는 종소리가 울릴 때 사람들은 가슴과 귀를 활짝 연다. 그리고 그 소리가 온 몸과 뼈를 연주하도록 내어 맡긴다. 희망의 소리, 꿈의 음악, 그리고 사랑의 연주가 울릴 때 모두는 조용히 기도를 드린다. “축복하소서!”
언제부터인지 우리에게는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교회당의 종소리, 그리고 겨울 밤 메밀묵과 찹쌀떡을 부르던 그 종소리, 그리고 아침마다 두부를 파는 사람의 종소리, 더구나 내 귀에 들리는 양심의 소리, 자기를 깨우는 종소리, 사랑의 종소리, 신앙의 종소리, 회개의 종소리, 그리고 어둠을 밝히는 개혁의 종소리는 더욱 희미하게 들려진다. 신경림 시인이 이렇게 ‘종소리’에 대해 시를 썼다. “…… 밤이 되면 그는 마을 안 교회로 종을 치러 간다. 그 종소리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오늘도 무사히 넘겼음을 감사하지만 그 종소리를 울면서 듣고 있는 것들이 따로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예수님은 이 땅에 그런 소리를 듣기 위하여 오셨다. 그가 세상에 오셨을 때 성경은 이렇게 그의 오심을 증거한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누가복음 4:17~18).
헤밍웨이는 슬픈 자의 종소리, 눈물 흘리는 자의 종소리를 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 풀 따위처럼 아주 작고 하찮 것들이지만 소중한 생명을 지닌 것들에 대한 눈을 뜨게 한다. 주인공 로버트 조단은 미국 사람이지만 스페인의 내전에 가담하여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정부 공화군을 돕는다. 다리를 폭파하다가 사랑하는 연인 마리아와 동료들을 먼저 다리를 건너게 하고 자신은 결국 장엄한 죽음을 맞게 된다. 안일한 자기중심적인 현대인들의 시각에서는 남의 일에 구태여 간섭하여서 사랑과 정의를 내세우면서까지 자신의 목숨만 잃은 로버트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보면 로버트 조단의 행동은 오직 자신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살고 있는 세계를 향한 의와 진리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도 홀로 고립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려고 하지 마라.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고 있음으로.”
다윗은 어린 나이에 형들을 만나러 전쟁터에 나갔다. 블레셋의 골리앗 장군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사울왕, 군사들, 그리고 형들마저 싸울 용기가 없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담대하게 골리앗과 싸웠다. 그러나 다윗에게 찾아온 것은 사울와의 시기와 질투였다.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그 이후 다윗은 그 전쟁 때문에 이리저리 광야와 산으로 도망을 다니게 되었다. 성경은 그 상황을 이렇게 말씀한다. “하나님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사람이 나를 삼키려고 종일 치며 압제하나이다(시편 56:1).”
어느 누구에게 들리지 않던 그 종소리가 나에게 크게 들려왔다면 그는 부름을 받은 사람이다. 그 부름 때문에 광야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그 인생은 썩은 것이 아니다. 최소한 그의 주검이 광야에 남아 있어도 최소한 땅과 풀의 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훗날에 역사가 말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금도 우리는 들어야 한다. 귀에 들리는 종소리는 바로 나와 우리를 위한 종소리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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