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맥커리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로 꽤 유명한 사람이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카메라는 주로 인간이 겪는 처절한 현장의 풍경을 담고 있다. 특히,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렌즈로 담아내는 그의 사진은 단지 그저 영상 테크닉이 아닌 철학과 종교와 문화라는 담론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칸 난민, 에이즈 걸린 베트남 가족, 911 뉴욕 사태 등등, 그는 인간의 비극을 피해가지 않으며 더욱이 왜곡된 모습을 담기보다 울부짖으며 아파하는 살아있는 현장을 렌즈로 기록하는데 열정을 품고 있는 사진가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의 사진의 주요 대상은 바로 ‘사람’의 이야기이며, 주제는 ‘고난’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슬픔을 회피할 수 없다. 인생에는 어려움과 투쟁도 가득하다. 그걸 견뎌내고 살아나가야 한다.”
맥커리의 사진 철학은 상담과 매우 비슷하다. 상담은 단지 내담자가 가지고 온 고민을 해결해주는 일종의 ‘처방전’이나 ‘해결책’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희망을 제시해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뭔가 삶이 잘못되었다거나 자신은 왜 이리도 불행한 삶을 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기가 얼마나 쉬운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마치 상담가에게 무슨 숨겨놓은 묘책이 있는 것처럼, 상담자의 입술과 눈을 애타게 바라보곤 하는 것이다. 내담자가 느끼는 안타까움과 빨리 답을 찾고 싶어 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음이 있지만, 사실, 우리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훨씬 건강하고 넓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부정하고 싶은 비극들이 바로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서서히 우리 마음을 옥죄고 있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맥커리는 자신이 찍은 911 테러 사진을 찍은 후, 5,6년 동안 꺼내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을 다시 본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자신이 찍었던 사진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절규와 피흘림을 다시 보는 것이 고통이듯이, 우리들도 자신이 걸어온 삶에서 경험했던 아픔과 이별과 상실을 다시 꺼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힘든 삶의 현장 속에서 그만 스스로 목숨을 끊고야 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로서 그러한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진작가처럼, 우리들의 몸에 잔뜩 묻어 있는 삶의 곤고함,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가운데 견디며 오늘 살아가야 한다.
어떤 사진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맥커리는 “나는 휴먼스토리를 들려주는 사진, 인간의 조건에 대해 배우게 하고 인간의 삶과 행동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사진을 좋아한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사진 작가이기에 앞서 인간 맥커리는 참으로 인생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상담가로서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학생들이 힘들고 상처받은 이야기들을 자주 듣다 보면 힘들지 않느냐고 나에게 묻곤 한다. 물론, 힘들다. 어떨 땐 상담 하고 나면 기가 빠지고 내 몸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힘들지만 삶에 대해서, 하나님이란 존재에 대해서 더 넓은 통찰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3월, 봄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봄 풍경을 렌즈에 담으려고 공원으로, 캠퍼스로 나설 것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을 렌즈에 담는 것도 사진 작가의 역할일 테지만, 그것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면 그것은 위선과 왜곡의 행위일 것이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휴먼스토리에 솔직하게 공감하며 3월의 봄 속에서 희망을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봄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견디고 살아가자.
장보철
워싱턴 침례대학 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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