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나는 글을 쓰기 위한다는 핑계로 충남 예산에서 하루를 지냈다. 나는 어떤 의미에서 그곳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할 만한 연세가 90 고개를 바라보는 분과 하루 밤을 대화로 지냈다.
그분으로부터 일본 유학 시절, 그 후 징용을 피하던 이야기며 동란 중 인민 재판에서 비롯한 동네 분위기 등 많은 것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화제가 현 세태로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러더니 한미 FTA 협정에 대해서 이야기가 시작 되었고 나는 그분으로부터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 했던 아래의 이야기를 듣고서 ‘아 그런 문제점이 있구나’ 하면서 정말 놀랐다.
“보시다시피 이곳에는 젊은이들이 없지요. 다 큰 도시에 나갔지요, 그러나 연줄이랄까, 학연 같은 것이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도시에 나갔다 해도 자영업, 중소기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그런 곳에서 일하는 월급쟁이들이죠.
그런 대로 그래도 추석이다, 정월이다 하면 그들이 선물 하나라도 들고 와서 같이 지냈죠. 하긴 고추다, 된장이다 하면서 더 가져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사 치례는 했었죠.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안 오기도 하고, 어렵다 어렵다 하다가 이제는 가게 문을 닫았다 어쩐다 하는 소식이 들려오는가 하면, 시골 부모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한 자식들이 많아졌어요. 심지어 손자를 맡아 달라는 자식들도 생기기 시작 했어요.
사실 본래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부모한테 떼를 써서 땅 팔고 밭 판돈으로 시작했으니 시골에 부모라고 이제 어디 돈이 남아 있나요. 더군다나 직불제의 부조리가 밝혀지면서 땅 투자도 끊어져 땅 값이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장사가 왜 안되나요.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다 재벌회사들이 아주 깡그리 다 해쳐 먹어서 그래요. 빵, 커피까지인가 했더니 이제는 오뎅에 김밥까지 다 지들이 빼앗아 먹으니 어찌 우리가 살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이번에 FTA로 미국의 재벌 회사가 들어오면 그나마 남아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우리들의 먹고 살 장사 다 빼서 갈 것 같아요. 그것이 시골에 사는 부모들이 FTA에 대한 걱정이에요. 허지만 반대로 축산이다 농업이 망한다 하는 것은 그리 걱정 안 해요.
사실 언론이나 정부가 모두들 축산이나 농업이 어려울 것이라 떠들지만 뻔 한 것은 정부가 농협을 통해서 돈을 퍼붓고, 정부 끼고 사료이다, 비료다 하고, 또 장비다 하면서 돈 버는 사람들이 물건을 마구 댈 것이고, 그리고 우리가 또 뼈골 빠지게 일하면 굴러야 가겠지요. 물론 농협에 또 빚만 늘어 가겠지만, 허지만 농협에 돈 못 갚으면 어찌 하겠어요. 뭐 그런 대로 정부에서 무슨 해결책을 내 놓겠지요.”
이 글을 쓰는 나의 테이블 위에 어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글이 실린 신문이 있다. 부정부패에 따른 빈부 격차가 이상 더 심화 된다면 다시 한 번 문화혁명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기사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서울을 떠나기 전 한 친구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오늘 MB가 TV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 ‘글쎄 그들이 만든 빵 맛이야 있겠지요.’ 이 한마디가 어쩌면 재벌들 대한 그의 답답한 마음을 함축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알아보니 재벌들이 나쁘다고 하기 전에 외제차다, 음식점 프랜차이즈이다, 허다 못해 명품 가방 회사도 한국에 시장 개척을 하겠다 하면, 제일 먼저 재벌회사 오너의 딸, 그리고 특히 사위를 찾는다 하더군. 그들은 대리점 계약을 주면서 장사하자고 덤벼든다는 거야. 그러니 그것을 마다할 놈이 어디 있겠어. 아버지나 장인 회사에 그냥 얹혀서 그야 말로 땅 집고 헤염치기 장사이며, 떼 돈 버는데 말이야. 벌써 미국의 첫째가는 재벌 약국인 C 회사가 모 재벌과 손잡고 곧 쳐들어오려고 준비 중이래. 동네 약국 이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글쎄 공연히 나의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면 이상한 것일까. 나는 근본적으로 한국과 나의 나라가 된 미국을 위하여 FTA 적극 찬성론자다. 그러나 이 어렵고 힘없는 이들을 보호해야 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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