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전망하는 지표 중에 스테이크 하우스 지수라는 것이 있다. 공식적 지표는 물론 아니고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면 호경기, 길어지면 불경기 같은 류의 재미삼아 적용해보는 지수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최고급 스테이크하우스가 번창하고 모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경제가 밝고 그 반대면 경기침체가 도래한다는 예측이다. 모튼스, 루스스 크리스 등 고급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와인 한잔 곁들여 식사를 하면 쉽게 1인당 100달러가 넘는다. 이런 식사의 주 고객은 대기업 중역들. 중요한 회합을 갖거나 거래를 성사시킬 때 주로 남성 중역들이 애용하는 곳이 스테이크하우스이다.
북적북적하던 스테이크하우스가 지난 2007년 상반기부터 손님이 줄고 이윤이 떨어지면서 경제에 대한 우려가 나돌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이 지난 수년간의 불경기. 경제가 나쁘고 돈이 돌지 않는데 그 비싼 식당에서 쓸 돈도, 성사시킬 거래도 없는 것이다.
이들 최고급 스테이크하우스에서도 그중 비싼 요리를 꼽으라면 단연 고베 스테이크다. 스테이크 한 덩어리가 100달러, 햄버거도 40달러에 달하는 사치스런 식재료이다.
그래서 ‘고베’를 먹고 나면 누구나 흐뭇해지는 법인데 이렇게 비싼 ‘고베’가 모두 ‘가짜’라는 지적이 나왔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래리 옴스테드가 최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에서 먹는 모든 ‘고베’는 고베 소고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우선 고베 소고기는 미국으로 들어오지를 못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유일하게 마카오에만 ‘고베’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고베’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고베가 위치한 효고 현에서 태어나고 사육되고 도살된 타지마 종으로 마블링과 육질 등급검사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 2010년 일본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일본 소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진짜 ‘고베’는 미국에 있을 수 없고, 미국에 있다면 그건 가짜 ‘고베’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거래되는 고베 소고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비싼 스테이크하우스뿐 아니라 한동안 한인 수퍼마켓, 고기 바비큐 식당들에도 등장했고, ‘고베’ ‘고베’ 하니까 고베 돼지고기를 메뉴로 내놓은 한인 술집도 있었다.
이들 고베 소고기는 정확히 말하면 ‘고베 스타일’ 소고기. 일반 와규이다. 와규란 일본 소라는 뜻으로 일본 토종인 흑우 품종이다. 일본은 와규 수출을 엄격하게 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미국 목축업자들이 와규를 다량 들여와, 종종 앵거스와 이종교배해 사육해왔다.
일본 밖에서 와규 품종을 가장 많이 사육하는 곳은 호주. 따라서 미국에서 팔리는 ‘고베’는 텍사스나 콜로라도 등지의 미국 내 목장에서 사육되거나 호주에서 수입된 일본산 흑우 소고기. 일본 품종에 일본 소고기 중 가장 고급으로 통하는 ‘고베’를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야 ‘샴페인’이던 것이 이제는 유사 제품 모두 샴페인으로 불리고, 버버리 브랜드의 코트에서 바바리라는 일반명사가 만들어 진 것과 비슷한 경로이다. 그러니 미국에서 ‘고베’는 그냥 마블링이 좋은 연하고 맛있는 소고기, 혹은 일본 품종이 섞인 소고기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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