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나의 삶은 직장, 학교, 교회와 집. 네개의 꼭지점을 찍는 똑같은 일의 반복이지만, 점심시간은 나의 일상에 맛깔스러움을 더하는 양념 같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져다 준다. 화요일, 목요일은 농구게임을 하고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특별한 점심약속을 제외하고는 샌토마스 아퀴노크릭을 따라 걷는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캘리포니아의 황금빛 햇살을 즐긴다.
이 개천에는 항상 평화롭게 무리지어 자맥질하는 오리떼들, 외로운 듯 고고한 듯 혼자인 두루미, 화려하지 않은 길의 단조로움, 그리고 시멘트 포장된 비탈 사이로 살짝살짝 얼굴을 내민 들꽃의 반가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보는 개천은 다른 때보다 더 깨끗한 것이 말갛게 씻기운 아기 얼굴 같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물 속에 잔뜩 자라고 있던 이끼들이 어디론가 씻기어 갔나보다. 비로 인해 풍성해진 물살은 마치 쌀독에 쌀을 가득 채운 뒤 넉넉함에 행복해 하는 가난한 여인의 부푼 마음과 같이 정겹다. 그 물살 위로 분주히 자맥질하는 오리의 경쾌한 몸놀림이 그 정겨움을 더해준다.
‘아버지, 내 친구가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쳐주시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아버지, 큰아이가 대학으로 떠났습니다.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지켜주세요.’…….
혼자 걸으면서 내 마음에 아버지를 향해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쏟아놓는다. 힘들고, 아프고, 슬프고, 속상하고, 걱정되는 모든 것을 쏟아놓고 나면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이 들어온다. 그 하늘에 몇 조각씩 피어나는 뭉게구름 사이로, 어린시절 따사로운 햇살을 등에 업고 뛰놀았던 앞마당 뒷마당에서 불타던 사르비아, 정겨운 봉숭아, 채송화, 다알리아, 해바라기…의 꽃잎들이 피어난다.
그 꽃잎의 화사함이 지금까지 엮어온 나의 삶을 실타래 풀듯이 비춰주다가 지금의 내 머리 위에서 멈춘다. 풍요로운 미국, 날씨 좋은 산호세, 지금 이 좋은 시간을 즐기는 나. 얼마나 복된가! 먼저 떠난 친구는 나에게 슬픔도 주었지만 남아있는 나의 시간을 헤아려보게 하는 지혜도 주었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C(Choice)이다”라고 했다던데, 남은 시간을 헤아리며 살려 하니, 그렇게 속상하지도, 그렇게 힘들지도, 그렇게 화나지도 않는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나의 매일매일의 가는 이 길이, 이 세상에서의 나의 삶이 끝나는 날, 과녁을 제대로 맞추는 그 길로 가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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