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연로해지시면서 기력도 옛날 같지 않으시고 눈에 띠게 피곤해 하신다.
작년 이른 여름, 어머니의 건강이 염려스러워 어머니께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데요”라고 말씀 드리고 어머니와 함께 아침 산책을 하자고 조르며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귀찮으신 듯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아침마다 진돗개 럭키와 함께 공원을 걷는데 어느 날,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맛을 보니 너무 달콤하고 새로웠다. 문득 어머니가 생각났다.
나는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어머니께 얼른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오늘 공원에 가서 뽕나무 열매를 아주 맛있게 따 먹었어요. 어머니 내일 아침에 나오셔서 한 번 보세요. 정말 잘 익었던데요.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어머니는 계속 졸라대는 내가 귀찮으신 듯 “알았다” 하시면서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으셨다.
다음 날 아침 공원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럭키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짖으며 꼬리를 치고 멈춰서는 것이 아닌가. 럭키가 보고 있는 쪽을 바라보니 저만치서 어머님과 아버님이 공원 쪽으로 걸어오고 계셨다. 너무 반가워 나는 얼른 달려가 어머니와 인사를 하고 뽕나무 열매가 열려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해 드렸다. 부모님과 함께 담소하며 한참 동안 열매를 따먹다 보니 손과 입술이 어느 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야생 산딸기가 공원 뒤편에 많이 난 것을 발견하시고는 슬그머니 뒤로 가시더니 그것을 따서 가지고 온 휴지에 열매를 꼼꼼히 싸기 시작하셨다.
어머니께 물었다. “산딸기를 왜 따 가세요?” “내일 아침에 주스 만들어 너 주려고 그런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에도 공원에 오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토록 귀찮기만 하셨던 산책이었지만 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과 산딸기 따먹는 즐거움을 보시고는 주스를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드셨던 것이다.
어머니 자신을 위해서는 한없이 귀찮고 싫은 일이 아들을 위해서는 선뜻 무엇이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어머니 마음인 것 같다. 어머니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걷기 싫다 하시다가도 아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걷는 것마저 기쁜 일이 되신 것이다. 그 어머니의 사랑이 아들을 살리고 또한 어머니까지 살리는 작은 기적의 힘이 되는 것을 보았다. 꾸준히 걸으시면서 어머니의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다.
내가 대학에 떨어졌을 때도, 내가 미국에 와 공부가 힘들어 할 때도 어머니는 나를 야단치시기보다는 괜찮다고 위로하시며 새벽마다 눈물로 나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내가 나이 들어 자식을 키우다보니, 부모의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은 어느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말이면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장을 가는데 장에 가서도 자식이 좋아하는 반찬을 집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어머님이 드시고 싶은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집으시고 “이게 몸에 좋은 거란다” 하시며 즐거워하신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언제 불러도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 단어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며 언제나 무엇을 줄 수 있다는 허락의 단어이기도 하다.
이제 연로하신 어머니가 나를 걱정해 주시기보다는, 내가 어머님을 걱정해 드려야 하는데 어머니는 아직도 내 걱정이 많으시다. 그런 어머니에게 어머니 날 하루만으로는 감사의 마음을 다 표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말해보고 싶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어머니의 무조건적이고 끝없는 사랑과 기도가 오늘도 나를 든든하게 한다.
전종준
워싱턴 로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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