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출신 신학교별로 3개의 기독교 분파가 있다면 일본에는 지역별로 분포된 3개의 크리스천 소사이어티가 있다. 즉 북해도를 중심으로 한 삿포로 밴드, 중부 일본의 요코하마 그리고 구마모도를 중심으로 한 서부밴드가 그것이다.
19세기말 캐나다의 선교사 윌리엄 크라크 박사가 삿포로 농과대학에 초빙되어 “소년들이여 대망을 품어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면서 길러낸 33명의 크리스천 제자들 중에 일본 개화공신 20명 중의 한 사람인 ‘우찌무라 간조’가 있다. 그는 삿포로 밴드의 대표적 인물이라 하겠다.
1853년 미국의 해군제독 페리가 7척의 군함을 거느리고 요코하마에 이웃한 우라가라는 항구에 정박하고 도쿠가와 막부(정부)에 통상을 강요한 사건이 있었다. 강압에 굴복한 도쿠가와는 결국 통상협정을 맺고 이어 15년 후엔 쇼군정치를 해체하고 명치유신이란 정치개혁을 단행, 입헌군주국으로 탈바꿈 하고는 재빨리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일본이 대륙문화권을 탈피하고 태평양 시대를 여는 대사건이었다.
이렇듯 우리에 한 발 앞선 일본의 근대화 160년, 임진왜란(1592) 때엔 야소교라 불렀고 유일신인 예수를 믿었던 고니시 유끼나가를 조선 정벌의 선봉장으로 파견하기까지 한 일본, 420년이란 오랜 기독교 전래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오늘날의 일본 기독교 현황은 매우 빈약하다.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기독교 신자 수는 100만명에서 175만, 일본의 인구 1억 2천7백만에 비하면 1% 내외를 맴돌고 있는 미분학적 숫자이다. 한국의 2007년도의 26.9%나 종교자유를 허락지 않은 중국의 5.2%에 비해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얼마 전 워싱턴에 파견된 일본 상사원과 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었다. 종교에 대한 얘기가 나와 “그러면 당신은 기독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오?”라고 물어보았다. “--네,” 그들 특유의 제스처를 써가며 얼마쯤 머뭇거리다 “예수는 존경할만한 분이며 그분의 가르침은 본받을만 하지요”라고 답변을 건네준다. 예수를 하나의 도인으로 보는듯한 인상을 준다. 일본 기독교 선구자들의 교회 개척선교가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가늠 할 수 있는 함축성 있는 대화였다.
일본은 본래가 무교회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크라크 박사도 대학 측과 채플시간 문제로 불협화를 빚어 8개월이란 단기 선교를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420년 기독교 역사 속에는 에도(동경의 옛 이름) 막부의 265년이란 야소교 압박의 얼룩진 기록이 있다. 쇼군 막부는 후미에(踏畵)라는 예수 그림을 그려놓고 그 위를 밟고 넘어가게 하여 신자를 가려내고 목을 베었으며 명치유신으로 종교자유를 허용한 20세기 들어서는 군국주의 창궐로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 신이 되어 야스구니 신사에 봉안된다며 200만이 넘는 젊은이들을 침략 전쟁터로 몰고 나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역사가 있다.
지금 한국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하는 기독교 초강국이 되었다. 그 위상에 걸맞게 내실을 기하고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만방에 전할 때가 왔다고 본다. 수치스럽던 식민지 외세 압박과 설움을 이겨낸 대한의 민초들이 성령대각성운동의 원심력을 타고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반세기, 이제 예수 승리의 축배를 높이 들 때다. 인도의 시성 타골도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 칭송하지 않았던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