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八不出)이란 말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혹자는 불교용어인 여덟 가지 미집(迷執)의 부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원래 팔삭동(八朔童)에서 비롯된 말인데 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여덟 달 만에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온전하게 다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팔불용(八不用) 또는 팔불취(八不取)라고 하는데 근거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어떤 사람은 한국 사람들에게 팔자(八字)는 팔방미인(八方美人)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상징적 의미로 친근하게 쓰이는 숫자여서 인간의 홀로서기를 위한 계훈(戒訓)으로 여덟 가지를 말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말은 일반적으로 “덜 떨어진 사람”이거나 또는 “좀 모자라는 사람”을 일컬을 때 쓰이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종종 아내나 자식을 남들에게 자랑하는 사람을 놀리거나 비꼬아서 말할 때 쓰이기도 한다.
유교문화에 젖어있던 우리 어른들은 남들에게 자기 가족들을 소개할 때 가돈(家豚)이라고 했고 자기 아내를 남들에게 소개할 때는 졸처(拙妻)라고 했던 시대도 있었다.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중시하던 그 시절에 자기네 가족을 남들에게 소개한다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이에 더해서 겸손하기까지 해야 양반 대접을 받을 수 있었고 유식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관습이 우리 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오늘날까지도 팔불출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팔불출의 의미가 그렇게 무슨 유전자처럼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왔다고 해도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많이 변했다.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처럼 모든 게 완전히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어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그만큼 빠르게 변화에 부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름하여 디지털 시대(Digital Era)라고 하는 세상인데 이제는 소라 게(Hermit Crab)와 같이 자기 몸을 숨기거나 낮추는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남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미덕인 세상이 되었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가치관의 갈등과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대사회에서는 수동적 태도보다는 능동적인 삶의 태도와 방법이 더 가치 있고 필요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세상이다. 물론 때와 장소에 따라서 공손한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또 자기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게 여겨질 때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엄격한 자기 통제식의 소극적 태도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이처럼 변화된 사회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서 과공비례(過恭非禮)란 말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는 말을 곱씹어보면서 변화된 세상에 걸맞게 말하고 행동하며 나와 내 가족을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리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면 내 능력까지도 남들에게 알리려는 적극적인 태도야 말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아름다운 계절 5월에 우리는 아내자랑, 자식자랑 그리고 이왕 나온 김에 손자, 손녀들 자랑까지 마음껏 하면서 가정의 정신건강과 행복은 바로 팔불출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만 천하에 알려주는 행복 전도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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