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주부 B씨는 몇 년 전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이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 가지 못해서 어리둥절했다. 고학년도 아니고 1학년 교실에서 공부를 하면 뭘 얼마나 한다고 그걸 못 따라 간단 말인가,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아이의 담임교사가 부모 면담을 요청했다. 나이 지긋한 백인 여교사는 뜻밖의 말을 했다. “아이가 칠판 글씨를 잘 못 보는 것 같아요. 눈이 나쁜 것 같으니 시력검사를 받게 해보세요.”
‘6살짜리 근시’는 그로서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안경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아이는 근시였고, 안경을 맞춰주고 나니 더 이상 학교 수업에 어려움이 없었다.
집집마다 안경 낀 아이들이 많고, 안경 끼는 나이도 점점 어려지는 것 같다. 학교 교사들도 안경점 직원들도 동의한다. LA의 한 한인 안경점 직원의 말이다. “요즘은 너덧 살 된 아이들도 와서 안경을 맞춰요. 초등학생 안경잡이는 너무 흔하지요.”
근시가 전염병처럼 아이들에게 번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아이들이 너무 책만 들여다보기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밖에 나가 뛰어놀아야 할 어린 아이들이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굳이 공부벌레가 아니더라도 TV, 게임 등 아이들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호주 국립대학 연구진이 최근 의학 저널 랜셋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근시는 유전보다 환경의 영향이 크다. 연구진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최고 90%의 젊은이들이 근시라는 사실을 주목했다. 반면 영국의 전반적 근시 비율은 20~3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아시안이 민족적으로 근시 위험이 더 높은 것일까?
이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진은 호주에 사는 중국계 청년들과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에 사는 중국계 청년들을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민족은 같아도 호주에 사는 중국계가 아시아에 사는 청년들보다 근시 비율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호주에 사는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햇빛 밝은 옥외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연구진이 어린이 근시에 관심을 가진 것은 몇 년전 싱가포르의 6~7살 어린이 중 30%가 근시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였다. 이 연령층 호주 어린이 중 근시는 1.3%에 불과하다. 이어진 연구 결과는 밖에 나가 햇살 아래서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너무 집안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것이 근시의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공부 스트레스가 심한 곳일수록 안경 끼는 청년들이 많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근시는 안구가 길어져 망막에 맺혀야 할 물체의 상이 망막 보다 앞에 위치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물체가 선명하지 않고 뿌옇게 보이는 데 이같은 안구 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다. 햇볕을 많이 쪼이면 눈 안의 도파민 방출이 증대되고 이것이 안구가 길어지는 것을 예방한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공부, 공부’ 분위기가 어린이들을 여러모로 위축되게 한다. 나무도 꽃도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탐스럽게 자라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싱그러운 5월, 아이들을 되도록 밖으로 내몰아 보자. 몸도 마음도, 눈도 튼튼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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