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잊혀진 이름이지만 한 때는 꽤 잘 나갔던 인물 중에 스티브 케이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값이 싸면서 편리한 온라인 서비스를 찾고 있었다. 이 때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아메리카 온라인(AOL)이었다.
경쟁자들이 시간 당 요금을 받을 때 그는 한 달 19달러99센트라는 정액제를 도입했다. 거기다 챗룸, 인스턴트 메시징, 포럼 등 당시로서는 참신하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오리지널 소셜 미디어의 등장이었다.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들며 가입자 수는 시작한 지 3년 만에 1,000만을 돌파하고 2002년 피크 때는 2,600만이 넘었다.
‘AOL 이야말로 미래의 미디어’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스티브 케이스는 인터넷 시대의 비전을 가진 선지자로 추앙받았다. 2001년 1,64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로 타임워너를 인수, AOL 타임워너라는 회사를 만든 것도 그였다. 이 또한 ‘신구 미디어의 환상적 조합’이란 평을 받았다.
그러나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AOL은 무너져 갔다. AOL 타임워너라는 회사 이름도 타임워너로 환원되고 스티브 케이스는 2003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2005년에는 이사 자리도 내놔야 했다. 지금 AOL은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모르는 처지다.
AOL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 무렵 하버드 캠퍼스에서는 새로운 소셜 미디어가 탄생했다. 하버드 재학생이던 마크 주커버그가 만든 페이스북이란 사이트다. 자기 이름과 얼굴, 신상 정보 등을 올려놓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교류하는 이 페이지는 한 때 AOL이 그랬던 것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이제 전 세계 9억 명이 이용하는 사이트가 됐다.
이 회사 주식이 드디어 18일 신주 공모에 들어간다. 신주는 35달러 선에서 팔릴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회사 가치는 포드나 디즈니보다 큰 1,000억 달러로 IT업계에서는 구글 이래 최대 규모가 된다. 9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이 회사 수입은 2009년 7억 달러에서 작년 37억 달러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는 것도 AOL 때와 똑같다.
그러나 신주 발행을 압두고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광고주의 하나인 GM이 페이스북에 낸 광고 효과가 전혀 없다며 광고 게재 중단을 선언했다. GM이 페이스북에 앙심을 품고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고 페이스북 이용자가 GM 광고만 안 보는 것은 아닐 것이고 보면 다른 회사도 광고 효과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거기다 AP와 CNBC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이 페이스북 열풍은 한 때의 유행이며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또 고객이 올려놓은 정보가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지에 대해 뚜렷한 지침을 내려놓지 않고 있는데 응답자의 60%는 이 회사가 자신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줄 것으로 믿지 않고 있다.
지금은 뜨겁다가도 내일은 언제 그랬냐는듯 차갑게 식는 게 하이텍 업계의 생리다. 페이스북 주식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게 안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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