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가면을 쓴다. 가면의 모양은 수시로 바뀐다. 여기 기서 다른 인격을 연출하며 거짓 행동을 일삼는다는 말이 아니라 세상이 여성들에게 특정한 행동과 성격, 심지어 마음가짐의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따르기를 권유한다는 것이다.
가면 중 하나는 지지자 가면이다. 이 가면은 여성이 자기 남자의 ‘기’를 살려주거나 무조건적 믿음과 지지, 신뢰를 보내지 않으면 남성들이 제 역할을 못하게 해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믿음과 지지, 신뢰는 남녀 누구든 서로가 상대와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서 획득하는 가치다. 어느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으로 획득한 자격일 수 없다.
또 하나는 가사노동자 가면이다. 여성들은 가족 구성원과 객들에게 대부분의 가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최소한 제공하고 있는 듯 가장해야 한다. 요구를 외면할 경우 ‘네가 가족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공격에 직면한다. 가사는 생존과 삶의 품위를 위해 개인 각각이 자신을 위해 할 개인적인 활동이며 삶을 책임 있게 꾸려나가는 모든 성인이 짊어지는 역할이다.
수녀 가면도 역할을 한다. 여성은 성적 발언을 했을 때 ‘무분별하고 수치심이 없다’는 부당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남성보다 높다. 억울한 평가를 피하려는 여성들은 스스로를 성적으로 더 보수화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박탈한다.
가면은 예의나 배려, 문화 같은 이름으로도 불린다. 법도, 수학 공식도 아니고 보니 이를 휘두르는 사람 뜻대로 적용된다. 가면은 인류 전체가 오랜 역사를 통해 개인의 가치관과 인격을 무시한 채 요구한 덫이다. 조금씩이나마 점점 버려가야 한다.
최정우 /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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