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길은
끝나지 않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지워지고 끊어진 듯 질기게 남은
머플러 하나 만들 만큼의 자투리 자락을
목에 둘러 따뜻한 인생의 끄트머리였으면 싶어
짧은 꼬리 붙잡으려 모퉁이 돌아 돌아가는 생각들 쥐오르다
밟힐 듯 잡힐 듯 허둥거리다 잊혔던 온 몸통을
벌떡 일으켜 세우는 성난 저항을 만나다
본능이 살아 있는 자반고등어의
염장된 등 푸른 자존심
끝으로 밀려 온
맨 앞머리를
만지다
- 조옥동(1941 - ) ‘존재의 이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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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러 끄트머리처럼 조금밖에 남지 않은 인생을 목에 둘렀을 때 기왕이면 그것이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 시의 전반부가 향 깊은 차를 마신 후처럼 마음에 남는다. 그러나 순응하고 체념하고 나약하게 보내지만은 않겠다고 하는 후반부 또한 인상적이다. 비록 염장되었지만 아직도 등 푸른 자반고등어처럼 살아있는 자존심. 그것마저 버리고 살 수는 없다. 존재의 이유란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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