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아이러니는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고, 또 평등하게 살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또한 분명한 사실은 그가 처한 환경과 조건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행복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약 8년간 어느 국제자선단체의 임원으로 세계 여러 곳의 오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내가 놀라며 깨달은 사실은 우리가 무척이나 불쌍해하고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개발 국가의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듯 그처럼 불행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물질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지는 못 하지만, 그들은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은 우리가 마시지 않는 우물물만 있어도 만족해했고 작은 옥수수빵 하나를 밥상에 올리고도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사실 인간의 행복은 재산 순위가 아니다. 최근에 발표된 ‘국민행복지수’를 보면, 최고의 행복감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은 일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선진국 사람들이 아니라, 스리랑카나 네팔 같은 저개발국가의 사람들이다.
우리가 인도네시아의 어느 오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낮에 그곳 원주민들에게 봉사 활동을 끝내고 우리들은 숙소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식사 후에 원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호기심이 생긴 우리는 현지 가이드의 도움으로 가까운 마을로 향했다. 해변의 금빛모래같이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밤이었다. 우리들이 가이드를 따라가는 자갈길 옆으로는 수 많은 풀벌레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로 자연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마을이 가까워오자, 우리는 은은한 달빛 아래 물안개처럼 펴져나는 모닥불의 연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문득 어렸을 때의 내 고향 생각이 났다. 저녁이면 고향의 대부분 가정에서는 저녁식사 후에, 마당에 큰 멍석을 펴 놓는다. 그리고는 모닥불을 피운다. 모기와 여러 가지 무는 날 벌레들을 쫓기 위함이었다.
그 멍석 위에서 낮에 텃밭에서 따온 참외와 옥수수를 먹으며 아이들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곁에 모여 들었다. 천일 야화와 같이 길기만 했던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행복한 여름밤을 지내곤 했다.
놀랍게도 그날 저녁 인도네시아의 그 오지의 마을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우리 고향과는 달리 멍석은 없었지만, 그들은 쑥다발로 피운 모닥불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무엇인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바구니에 담긴 찐 옥수수를 나누며, 무언지 모를 음료수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들이 나누는 그 기쁨과 행복은 소박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이 그날 저녁 깨달은 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조그만 물질적 도움과 작은 봉사를 해 줄 수는 있어도 우리가 그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 것에 즐거워하며 이웃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사는 그들의 그 소박한 행복은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고 범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특권이었다.
별들이 무척이나 빛나던 그날 밤, 가끔 그 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세희
Lee & Asso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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