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드라마에 비친 서울 거리는 보행자에겐 공포 체험을 연상케 한다. 횡단보도에서 조차 보행자의 권리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길을 채 못 건넌 상태에서 신호가 바뀌기라도 하면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의 앞뒤로 번개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선 자동차가 길 건너는 사람들을 기다려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은 자살률 뿐 아니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에서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미국은 보행자의 천국이다. 보행권이 최대한 존중된다. 무단횡단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의 단속도, 시민들의 질서의식도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거리상황도 악화되어 가고 있다. 특히 LA가 미 전국에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 최악의 도시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한인타운 내 윌셔와 버몬트 교차로가 보행자 교통사고 최고 빈발 지역으로 나타났다. 미시간대학 교통연구센터가 발표한 연구결과다. LA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사망률은 전국평균보다 3배나 높다.
LA경찰국(LAPD)이 지난주부터 강력단속에 나섰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단속대상이다. 처벌도 가볍지 않다. 운전자가 보행자 우선권을 무시하고 안전을 위협했을 경우 300달러, 보행자가 신호를 무시하거나 무단횡단을 했을 경우 200달러의 벌금을 각각 부과 받을 수 있다.
이번 주말 축제가 열리는 한인타운은 사람과 자동차로 북적거릴 것이다. 10월말 가면 쓴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할로윈은 교통사고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날 중 하나다. 11월 첫 주말부터는 서머타임이 해제되어 퇴근길이 어두워진다. 거리가 위험해지는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보행자는 “설마 운전자가 보고 멈춰주겠지”라고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운전자에게 물어보라. 잘 안 보인다. 운전자는 어떤 거리,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지나가려고 하면 자동차는 멈춰서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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