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귀기울이면 들녘 밟고 오는 바람소리에 고개 숙이는 계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세포마다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참으로 계절의 흐름이 신비롭다. 마치 세상의 주인이 자기들인 양 오만하게 휘둘러온 인간들의 온갖 횡포로 인해 ‘이상기온’ 이니 뭐니 해도, 계절은 의연하게 제 갈 길을 간다. 봄 지나 여름, 그리고 여름 지나 가을…. 창조주의 ‘거룩한 뚝심’이라고 할까.
펼쳐진 눈부신 억새의 물결속의 바람이라도 불면 사그락 사그락 박자 맞춰 노래하는 그야말로 은빛 억새로 출렁되는 가을 잔치가 한창이다. 마을안 건너 집 뒷뜰엔 감나무마다 알알이 고운 붉은 등을 내걸기 시작했고, 넘어질듯 하면서도 무리지어 다시 일어나는 가을 바람 선율에 맞추는 억새의 춤사위속에 우리의 삶의 선율을 느껴보게도 한다
가을은 뭔가를 생각하게 하지만 욕망을 갖게도 하는 계절이다. 프랑스의 과학자이면서 철학자인 깨스롱 바헤라르(1884-1962)는 “참다운 삶을 살려고 하면 겸손하여야한다. 자기의 삶을 너무 화려하게 포장하려고 하면 그는 더 이상 참다운 삶을 살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간은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자기 성장과 충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무는 그 종류에 따라 열매를 맺고 인간은 그 성격의 결과를 거둔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모두가 한번 주어진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며 더 나아가 진지하게 삶을 모색하며 끊임없이 사색하는 아름다움을 이 가을에 가져보는 것이 앞으로 더 낳은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옛 속담에 “봄 일은 며느리 시키고 가을일은 딸 시킨다. 라는 말도 있듯이 가을 햇살은 봄햇살보다 훨씬 부드럽다. 높고 푸른 하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들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뜬구름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매년 맞이하는 가을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요즈음에는 가을이 사뭇 새롭게 다가온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세세한 변화들이 삶을 지배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젊었을때에 가졌던 꿈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의 변함을 알게 되었고, 행복과 아름다움은 진정성과 참됨과 진실함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더 깨닫게 된다.
여름내 싱그러운 푸름을 자랑하던 이파리들을 바람과 함께 떨겨낸 나무는 제것을 모두 비우고 낙엽을 쌓는 중이고, 수없이 떨어져 있는 낙엽들은 공간이 꽉찬 내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우리도 깊어가는 이 가을 만큼은 자신을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마도 나의 생활속에서 이 멋진 가을의 도래를 인정하고 환영하자는 것이 아닌가. ‘너 드디어 왔구나’ 이렇게 신나게(?) 가을을 환영하고 있자니 덜컥 겁이 난다.
흔한 얘기지만,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요, 이제 곧 한 해가 기울어 갈텐데 ‘너는 도대체 무얼 뿌렸으며, 어떤 결실을 기대하면서 잘 영글어가고 있는가? 아뿔싸! 그 문제가 있다. 마냥 가을을 좋아할 일이 아니다. 가을은 근엄한 표정으로 나에게도 한 해의 결산서를 요구하는 것이다. ‘열매 맺는 삶을 살았는지?’ 막상 돌아보니, 열심히 살아오긴 한 것 같은데, 최선을 다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사랑하는 일에 또 겸손히 섬기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는가? 열린 마음으로 나누는 일과 기도생활에도, 칭찬 하고, 배려하고, 인내하는 일에도…. 가을 앞에서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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