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나의 작품 4개가 연주되었는데, ‘음악으로부터 배우기’가 그 중 하나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과 성격은 앨래스테어 뤼드(Alastair Reid)의 시로부터 비롯되었다.
- 음악으로부터 배우기 -
앨래스테어 뤼드, 시
그 선율을 다시 연주하세요: 그러나 이번에는
그 선율의 본질에 더 집중하여
그리고 시간에 덜 신경쓰며. 시간은
신기하게도 저절로 흐르게 되어 있어요.
그 선율을 다시 연주하세요: 손가락을
보지 말고, 운지법을 잊어버리고, 소리가 당신을
감싸 안을 때까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세요. 박자를 세지도 말고
생각조차 하지 마세요. 놓아 버리세요.
그 선율을 다시 연주하세요: 그러나 누군가가
되려 하지 말고, 무엇이 되려고도 말고, 마치 연주하는 음악의
흐름이 당신의 심장 소리인 듯이, 마치
음악이 당신의 얼굴인 것처럼.
그 선율을 다시 연주하세요: 매번 연주하는 음에 대해
생각을 덜 하면 쉬워질 거에요, 음악의 마디에 대해서도.
음악은 침묵의 조합입니다. 침묵하세요, 그리고는
그 선율을 당신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 연주하세요.
그 선율을 다시 연주하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연주가 끝난 후,
나에게 음악이 어떠했냐고 묻지 마세요. 소리가 당신과, 나, 방 안의 모든 것을 감쌀 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저 느끼세요.
지금, 그 선율을 다시 연주하세요.
(번역 - 나효신, Weathering by Alastair Reid (University of Georgia Press, 1978)으로부터)
하나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작곡이 되어야 하고, 연주자가 작품을 배우고, 작곡가와 연주자가 함께 연습을 해야 한다. 따라서 연주자와 작곡가는 함께 같은 음악을 반복하여 연주하고 듣게 된다.
서로 묻고 답하고, 생각을 거듭하고,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불만족스러운 점으로 인해 좌절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이러다가 문득, 음악이 내 심장의 소리인 것처럼 흐르는 지점에 도달해 있는 것을 느끼는 순간에 부닥치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음악으로부터 겉멋이 아닌 속멋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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