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지내던 부부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이곳에 살다가 이사를 간 후로는 만날 기회가 없었다. 들러리들이 들어오고 이어 어릴 적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이 훌쩍 큰 신랑이 의젓하게 들어왔다.
곧이어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을 하는데 우리가 늘 들어오던 바그너의 웨딩마치가 아니었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그것도 시대의 변화인가 싶어 새로웠다.
하긴 신부 입장에 꼭 같은 음악만 쓰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들의 개성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부 손을 잡고 입장하는 아버지가 음악에 발의 박자를 못 맞추는것이 아닌가.
자꾸 실수하는 아버지를 정다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예쁜 신부는 난처함이 아닌 밝고 명랑한 웃음을 아빠를 향해 터뜨렸다. 그 신부의 모습에 하객은 모두 웃었다. 옆에 앉은 친구는 아빠와 다정해 보이는 신부가 성격이 좋은 것 같다고 내게 속삭였다.
언젠가 웨딩마치에 맞춰 입장하는 신부을 보며 느끼는 감정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결혼식에 가서 잘 알지 못하는 신부라 할지라도 신부 입장 순서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친구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의아해했다. 그녀는 결혼식이야말로 두 사람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축제의 첫날인데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하는 날이지 슬픈 날이 아니라고 했다. 결혼식날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이 흘린 나였기에 그런 것 같고 한편으로는 앞으로 험난한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애잔한 마음이 겹쳐 눈물이 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날 본 신랑과 신부는 너무 명랑하고 밝아서 친구 말처럼 축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친구의 말처럼 결혼식은 그들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축제의 전야제이며 우리는 그들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축복을 빌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땅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이민 1세인 우리보다는 나은 삶을 살아갈 테고 설령 어려움이 온다 할지라도 그들의 부모가 이겨 나간 것처럼 그들도 그러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신부입장 순서에 들어오는 신부를 웃으며 맞았고 그들의 앞날이 주례사의 말처럼 사랑과 용서로 가득해서 행복하기를 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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