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급할 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다. 시간이란 감정을 정화시키고 영혼을 고양시키기 때문이다. 성서에도 보면 출애굽의 유대인들을 여호와는 몇 일이면 당도할 수 있는 가나안 직선 코스를 놔 두고 40년 광야생활을 하게 한다. 왜 여호와는 이처럼 유대인들을 일부러 고생시키고 가나안을 눈 앞에 두고 약오르게 만들었을까? 물론 더 강하게 연단시키려는 목적… 또 죄성을 씻어 내려는 섭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죄악 속에 빠져 살았고 툭하면 우왕좌왕하던 약한 민족이었다.
사람은 힘들 수록 가끔 하늘을 쳐다보곤한다. 목적만 바라보는 인생은 너무나 무의미하다. 급할 수록 돌아가고, 삶이 어렵고 힘들때 인간의 내성은 오히려 희망에 대한 갈급… 기다림의 쓰라림으로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하이든의 작품을 보면 ‘큰 북 연타’라는 귀여운(?) 별명의 교향곡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교향곡 번호 103번으로, 최후의 작품인 104번(런던)의 끝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곡이다. 왜 하이든은 수많은 제목을 놔 두고 하필 ‘큰 북 연타’라는 다소 썰렁한 제목을 붙이게 됐을까? 트럼펫이 자주 등장하면 ‘트럼펫 교향곡’… 바이올린의 활약이 크면 ‘바이올린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는 것일까?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작품 전체를 통해 팀파니만 두들기는 것도 아니고 제목처럼 ‘팀 파니 협주곡’의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추측해 보건데, 팀파니란 악기에 대한 하이든의 사랑을 우회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고나할까.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북소리… 즉 교향곡 상에서의 우렁찬 팀파니 소리는 유난히 하이든 시대부터 그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는 잘 들려오지 않던 팀파니의 위용은 하이든의 (교향곡)시대부터 그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북이 빠진 오늘날의 교향곡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북(팀파니)은 사실상 교향곡 상에서 그 역할이 대단한 악기는 아니다. 멜로디를 낼 수 없으므로 그 역할이 보조에 그치고 말지만, 그렇다고 북을 깔봐서는 큰 코 다친다. 교향곡 상에서의 포르테시모(아주세게) 부분에는 교향악 소리의 90%이상을 팀파니 소리가 차지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북이야말로 소리의 왕자이다. 물론 북소리가 크다고 해서 소리가 더 감동적이거나 드라마틱하게 들려오는 것은 아니지만 또 북소리가 빠진 오케스트라만큼 김빠진 맥주도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오케스트라 곡을 자주 듣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마 북소리 때문일 것이다.
현악 4중주도 좋긴하지만 교향곡의 경우, 오수의 닭처럼 졸다가도 놀람(교향곡)의 2악장처럼 ‘땅’하고 울리는 북 소리 한 방에 그만 졸음은 저만큼 사라져 버리고 만다. 좋아하는 ‘군대’, ‘시계’, ‘런던’ 교향곡 등도 ‘큰북 연타’ 못지 않게 팀파니의 활약이 큰 곡 들이다.
북소리… 감미롭지는 않지만 정신을 번쩍들게 하는 힘… 명쾌하고도 철학적인 독일의 고전 교향곡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지만, 북은 악기 중에서도 공명음이 가장 큰 악기 중의 하나이다. 즉 강인한 내구성… 탄력… 응축된 울분… 내면의 반향…, 그 스스로 향해 쏘는 드라마다.
독일의 고전 음악파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은 생전에 귀족들이 부리던 궁정악단에 고용된, 하인 신세에 불과했었다고 한다. 평생 귀족들에 예속되어 살 수 밖에 없었고, 식사 때에도 하인들과 겸상을 해야하는, 사실상의 노예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인생을 비관하며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그것은 인생에게는 부와 공명 외에 또다른 목적,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 희망의 창출… (어쩌면)어떤 형태로든지 예술가의 사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를 맞은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봄기운이 가득하다. 무상한 세월… 여정은 힘들고 행복은 여전히 멀다. 그러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땅만보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이 답답할 때 하이든의 ‘큰 북연타’ … 그리고 명쾌한 드럼소리에 한 번 귀를 기울여보자.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렇게 고역스러운 것만은 아닌, 아니 광야가 있기에 음악을 듣고…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그 축복이 주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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