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학 다니는 큰딸이 동네사는 친구의 생일로 집에 들렸다. 남자친구가 아직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이..있으면 엄마한테 벌써 말했지....근데 사실은….” 하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자잘한 것에도 감동을 받고 들떠서 말하는 딸에게, 쿨한 엄마인 척 “어머 멋있다! 얘“ 하고 맞장구쳐가며 “잘 사귀어보라”고 이름을 물었는데, 웬걸 그 많은 성씨 중에 왜 하필이면 같은 성씨인지, 그것도 본이 하나밖에 없다는….
남녀의 만남이 쉽지 않은 이민사회에서 대학 때 사귀어 결혼 시키는 것이 좋다고 해 늘 첫딸의 남자친구가 누구일까 궁금했었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면 어느정도 책임이 줄어들 것이라는 여겼지만, 주변에 아직 출가를 시키지 못한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은 걸 보면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 아쉽지만 동성동본 불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너무 깊게(?) 사귀지 말라고 하며 보냈지만 대학 들어가 처음 관심보이며 자상하게 해주었다고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괜히 이미 법적으로 폐지된 이야기를 해준 고리따분한 엄마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고민되기도 했다.
그후 며칠 뒤 딸아이가 전화를 해서 두가지 이유를 들며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앙적으로 자신을 리드해줄 수 있을까 하는 것과 대학 때 사귀다가 결혼할지 모르는데 동성동본이면 안된다는 엄마의 말을 존중하기 때문이란다. 평소 엄마가 아니라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엄마가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좀 사귀어보기라도 하지, 어쩜, 아니다 싶은 것에 마음조차 두지 않는 뽀족한 것까지도 날 닮았나”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딸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 좋기도 했지만, 실제로 내가 한 말의 위력이 나타나자 어깨가 무겁기도 했다.
딸은 “엄마! 그동안 너무 잘 참았어. 엄마 인생의 2/3를 엄마 혼자 참았으면 이제 1/3은 내가 함께 해주니 덜 힘들 거야”라고 지친 나를 안아주어 내 눈의 눈물을 폭포수로 만들어 놓았다.
나이들면 자식 눈치 보인다는데 이젠 함께 여자의 일생을 이야기할 정도로 커버린 딸에게 그 누구보다 더 멋지고 노력하는 엄마로 남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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