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된 사진의 내 모습을 보면서 창피함에 얼굴을 찡그릴 때가 있다. 화장기 없는 모습에 안경을 쓰고 머리는 뒤로 꼭 묶은데다 사자처럼 잔머리카락이 쑥밭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있다. 사진 안의 나는 지금의 몸무게에 30파운드를 더한 채로 샛노란 터틀넥에 헐렁한 새빨간 멜빵바지를 입고 있다. 게다가 그 멜빵바지는 코듀로이 재질이다. 그때 당시만 해도 내가 자랑스러워하던 복장 중 한벌이었음이 분명하다. 주위에서 칭찬도 많이 받고 우쭐해하던 것도 기억하지만 지금 보면 꽤 오글거리는 패션이다.
한 웹사이트에서 1900년도의 파리 사진들을 보았다. 그런데 이 사진들은 흑백이 아닌 컬러 사진이었다. 옛날의 흑백 사진들을 디지털 컬러로 복원한 것이었다. 복원작업은 꽤 그럴싸해 보였지만 나에겐 어색하기만 했다. 그냥 봤으면 마치 우리가 민속촌의 전통의상코너에 가서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은 듯이 자연스러워 보였을테지만 1900년에 찍힌 사진들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괜히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옛날 사진은 옛날처럼, 옛날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더 좋아보인다. 아마 요즘 포토샵으로 옛날 사진들처럼 빈티지 효과를 일부러 만들어 넣는 것도 그런 멋을 재현하기 위해서이지 싶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는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그리고 과거의 사진들은 옛날 사진이라 특별히 더해지는 의미가 있다. 벼룩시장에서 사는 진짜 손때 묻은 빈티지 옷들은 ‘빈티지’스타일로 어제 공장에서 새로 나온 옷들과는 조금 다르다. 흑백영화는 흑백영화이기에 또 그만의 운치가 있다.
지금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옷들 중 하나는 은색 반짝이가 도배를 한 블링블링 블래이져다. 친구들이 내가 이 옷을 입을 때마다 같이 나가기를 꺼려할 정도로 확 튀는 옷이다. 아끼는만큼 항상 내 옷장 안에 보존되리라 믿지만, 결국 이 블레이져도 십년 후에는 내 손발을 오그러지게 만들까? 사진 속 빨간 멜빵바지를 보며 하는 생각이다. 그래, 지금 그 빨간 멜빵바지를 입으라면 사양하겠지만 사진에라도 길이 남을만하다. 그 옛날 패션의 촌스러움은 내 기억과 추억들을 일깨워줘서 더 정겹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십년전 내 모습을 회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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