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연극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살다보면 진짜 연극이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지난 주 TV 화면을 통해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발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한 순간에 깨어날 수 있는 꿈이었으면, 막이 내리고 관객이 박수를 치면 모두 허구가 되는 한 편의 연극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두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사망자 3명을 포함 180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의 또 다른 참사. 사망자 중 한사람은 8살 난 초등학교 3학년생 마틴 리차드라는 소년이었다.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결승점 근처에서 승리자들을 바라보며 응원하던 그 아이가 폭탄 테러로 인해 그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이런 사고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그 부모의 마음을 과연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또한 청운의 꿈을 품고 유학의 길에 오른 중국인 대학원생의 죽음은 어떠한가. 둥베이 영재 고등학교 출신으로 베이징 이공대학에서 국제무역을 공부하고 보스턴대학교 통계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 젊은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은 인생의 허무함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이런 가슴 아픈 현실이나 갑작스런 죽음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매 순간순간,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내 인생을 연주하는데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라는 물음이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조금 바꾸어 “인생은 연주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음악은 ‘시간적 예술’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 아무리 훌륭한 연주를 했다고 해도, 또는 잊고 싶을 만큼 형편없는 연주를 했다 해도 그 순간을 붙잡아둘 수는 없다. 환희에 찬 순간도, 고통스런 순간도 시간에 따라 흘러가버리는 것이 음악이고, 우리의 인생이다.
무대 위에 서면 나는 종종 식은땀을 흘린다. 꾸준한 연습과 철저한 리허설, 최선의 집중력으로 준비하고 연주를 한다 해도 모든 연주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내 경험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음악인들 역시 무대 위에서 실수와 실패를 경험했다.
인생은 연극이자 연주다. 우리는 그저 한 편의 연극이 끝날 때까지, 한 곡의 연주를 마칠 때까지 열심히 달릴 뿐이다. 그리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희극 배우가 될 때도 있고, 눈물의 비극 배우가 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연주회가 생각난다. 무대 위에서 연주 도중 바이올린의 줄이 끊어졌을 때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관객에게 미소를 지으며 양해를 구한 뒤, 미리 준비해 놓은 줄을 갈아 끼우고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연주는 이전보다 더 훌륭한 연주였다. 그날 이후 나는 그녀를 ‘작은 거인’이라 부르며 제자들에게 그 장면을 이야기 해주곤 한다.
때론 뜻하지 않은 일로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넘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달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4월 들어 좋지 않은 입시결과를 통보 받은 진학생들을 위로해 본다. 지금 당장은 패배하고 끝이 나버린 것 같아 포기하고 싶겠지만 이 과정을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로 여기길 바란다.아울러 보스턴 테러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하늘의 위로가 임하기를 바라며 하루 속히 다시 일어서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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