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취업 연령은 높아지고, 퇴직 연령은 낮아진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 어려우니, 일이년 휴학한 후 영어연수를 가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스펙을 높인다. 스펙을 쌓아 졸업을 해도 취업이 안되니 공부를 더 하고 싶지 않아도 대학원에 진학해서 시간을 벌고자 하는 20대들이 많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마찬가지다.
내 동생은 올해 대학을 졸업했다. 수도권 대학을 졸업했고 특출한 스펙 같은 건 없다. 이 시대의 평범한 대학 졸업생, 2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다. 수십 수백개의 입사원서를 내보지만 면접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누나,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 안가고 기술이나 배울 걸 그랬어” 한다.
준비기간까지 포함해 20여년 쏟아 부은 시간과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대학 교육이라면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었던 건 아닐까. 비싼 등록금을 지불한 대학에서 수년간 공부해도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하는지, 앞으로의 인생은 어떻게 살고 싶은 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졸업 후 일하면서 몸으로 부딪쳐 배울 수 있는 장마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앞가림조차 못한다며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폭력이다.
서울의 명문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영어 연수까지 마쳤지만, 취직이 되지 않아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먼 친척 여동생이 있다. 그녀는 공부보다 취직을 하고 싶어한다. 여기저기 원서를 내보지만 오란 곳은 아직 없다.
그녀의 엄마는 딸에게 쏟아부은 시간과 돈, 열정이 아직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음에 답답해한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뒷바라지를 했는데, 서른이 다 되가는데도 넌 여전히 네 갈 길도 못 찾고 헤매느냐며.
내 남동생도 친척 여동생도 빨리 취직하고 싶다고 했다. 26~27살이나 되어 여전히 부모한테 얹혀살면서 눈치 보는 것도 싫고, 떳떳하게 자신의 힘으로 독립하여 역량을 키워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이 가고 싶어 하는 자리는, 또 다른 대학 졸업생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자리며, 그 자리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마저 좀 더 나은 대학 졸 업생들로 금방 채워진다.
청년 실업문제는 언제나 있어온 뉴스거리라 생각하기 쉽다. 당장 내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유기적인 사회 속에서 내 문제가 아닌 것은 없다. 그들은 10~20년 뒤 이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할 세대다. 그들의 고통은 내 노년의 고통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요즘 청춘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멘토를 자칭하는 많은 사람들이 강연도 하고 책도 출판한다. 자신의 20대의 이야기로 지금의 세대를 위로한다. 때론 교묘한 자랑처럼 들리기도 한다. “나는 그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잘 극복해서 이 정도의 성공을 일구어 냈노라”고. 하지만 지금의 시대를 20대에 겪어보지 못한, 쉬운 위로일 뿐이다.
정서적 위로나 공감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내가, 내가 속한 조직이, 내가 속한 사회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청년실업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능력부족 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며, 그것은 앞서 살아온 기성세대 탓이다.
난 남동생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해 주고, 친척 여동생의 진로방향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관심도 따라올 것이며, 좀 더 구체적인 해결책이 모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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