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페이스북에 접속해 3~4시간씩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습관에 빠진 D군은 지난 학기 성적표를 받아보고 생활 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향하지 않고 근처 커피숍이나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아침에도 등교하기 전 먼저 커피숍에 가서 예습을 했다. “패턴을 바꾸는데 두 달 넘게 걸렸다”라고 고백하는 D군은 지금은 새로운 버릇에 익숙해졌다며 “요즘은 청소년 두뇌와 습관의 관계 연구에 빠져 페이스북에 들어갈 시간이 없다”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정신적 세계든 물리적 세계든, 무엇이든 처음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그 움직임을 지속시키려면 꾸준히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움직임은 방향성을 갖게 되고 가속도를 얻게 된다. 그런 습관적인 힘(관성)의 법칙을 아이작 뉴턴은 이렇게 정리했다.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움직이려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관성의 법칙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구석구석까지 지배하고 있다. 매분마다 카톡을 체크하고,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매일 샤워를 하는 일상적 행동들은 심사숙고 끝에 의식적으로 내린 선택이 아니라 습관의 결과라고 듀크대학의 연구진이 발표한 바 있다.
그런 관성의 법칙은 드라마 제작에서도 십분 이용되고 있다. 만일 20회짜리 드라마를 방영한다면 초반 1~2회 때 이색적인 해외 현지 장면 혹은 화려한 눈요기 감등을 동원하기 일쑤다. 일단, 초반에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놓으면 관성이 생겨서 나중에도 지속적으로 본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그 결과,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게 되면 연장 방영에 들어간다. 불평을 터뜨리면서도, 경쟁 방송국에서 더 흥미로운 드라마를 제공하지 않는 한 시청자들은 습관적으로 계속 본다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학도 지원자들의 습관에 주목하고 있다. 지원자의 페이스북을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그가 입학 사정처에 몇 번이나 연락을 했는지, 전화를 했다면 얼마나 오래 통화했는지, 직접 학교에 찾아온 적이 있는지 등을 일일이 기록한다. 심지어, 지원자에게 발급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지고 지원 대학의 웹사이트에 몇 번이나 접속 했나 까지를 살피고 있다.
이렇게까지 지원자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하면서 그들의 습관을 활용해 합격, 불합격을 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에 꾸준하게 대학과 교류하는 지원자를 합격시키면 나중에 등록률이 훨씬 높다는 계산에서다.
대학입시의 결과는 초중고를 거치며 하나 둘씩 축적된 습관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대학 입시 준비는 9학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 한자리 합격률을 자랑하는 대학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에 과연 적절한 것일까. 습관을 바꾸거나 말거나 전혀 지장 없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습관이 합격과 불합격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런데, 하나의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런던대학 연구팀 자료에 의하면 점심때 과일을 먹는 습관, 하루에 15분씩 조깅하는 습관을 들이는데 평균 66일이 걸린다. 그리고 하루라도 빠뜨리면 습관형성에 지장이 있다.
물리적 세계에서 관성을 바꾸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외부에서 힘을 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D군도 자신의 집에서는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습관을 도저히 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뉴턴의 관성의 법칙을 이용했다. 커피숍,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라는 외부의 힘을 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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