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원전 6세기부터 500년 간의 시 305편 수록
콜로라도 산골에서 7년 동안 살면서 얻은 가장 큰 이득이라면 평소에 읽고 싶었던 고전 책들을 실컷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적한 산속, 별장 같은 집으로 이사 와서 잠시 좋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 1,000마일 이내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다는 고독감이 뼈를 삭히는 듯한 외로움으로 다가 왔었다.
뭔가 계획을 세워서 매달리지 않으면 이렇게 외로워하다가 돌아버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에 읽고 싶었던 고전 책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다. 서울대 인문학 연구소가 선정한 동·서양 인문고전 200선 목록을 참조했고 여기에 평소 읽고 싶었던 신앙서적, 기독교 고전목록들을 추가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나만의 ‘고전산책’은 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300여권의 책을 섭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독서는 습관이다. 특별히 고전독서는 그 내용이 처음에는 고리타분해도 연애편지를 읽는 듯한 애절한 심정으로 매달려야 그 뜻이 온전히 깨달아진다. 그간 독서를 하면서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독서비결 중 하나는 ‘반복 독서’다. 한 권의 책을 끝내고 나면 얼른 다른 책을 붙잡고 싶은 것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독서 욕심’이지만 정말 좋은 책, 감명 깊었던 책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오늘 소개하는 ‘시경’(詩經)은 중국 최초의 시가집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 가운데 한 권인 시경은 서주(西周) 초기인 기원 전 10세기부터 춘추시대 중기였던 기원 전 6세기까지 500여년간에 걸친 305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저자에 대해서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시를 가르치기 위해 전승돼 오던 수천편의 시 가운데 300여편을 추려서 시경으로 편집했다는 설도 있지만 대부분 시경 책들은 저자 무명으로 출판되고 있다.
시경이 쓰인 비슷한 시기에 서구 유럽에서는 최초의 서사시인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가 쓰였는데, 이 두 권의 고전 시집을 비교해 보면 서양과 동양 정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호머의 시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서는 호기심과 탐험심라고 할 수 있다면 시경 가운데는 서정적인 감정과 애틋한 사랑이 대표적인 정서다.
시경은 국풍, 소아, 대아, 송의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국풍 관저에 기록된 시 가운데 ‘요조숙녀야말로 군자의 배필이다’(窈窕淑女 君子之逑)라는 잘 알려진 표현이 나오는데, 당시 요조숙녀란 마음이 깊고 아름답고 그윽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정숙한 여자를 뜻하고 있어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요조숙녀의 뜻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됐던 것을 볼 수 있다.
시는 문학 장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장르다. 삶 가운데 느끼게 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노래로 흥얼거리다 나중에 시의 형식을 빌려 운율과 문구를 갖춰나간 것이 시였으니 시경을 통해 우리는 2,500여년 전 삶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게 된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도서협찬: 반디북US(www.bandibook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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