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두돌 지난 둘째가 요즘 부쩍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문장에는 어폐가 있다. 이 아이는 예전에도 어떤 말인가를 항상 하고 있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아이의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이 전에도 결코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껏 “엄마, 짜빠바...”로 들렸던 말은 “엄마 잡아봐” 였고 “아빠 까치”는 “아빠랑 같이” 였다. 여태 “깡, 깡...” 소리치던게 사실 “형”을 간절히 부르던 것임도 드러났다.
그 외에도 “에이꼬터”로 들리던 단어는 “헬리콥터”, “피이슈”는 “please”, “이큐미”는 “excuse me” 등 아이가 아는 단어는 생각보다 많았다. 아이에게서 매일 새로운 단어를 듣기 시작하는 경험은 나와 남편에게 흡사 신대륙 발견 같은 놀라움을 주는 한편, 아이와 정상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사실에 안도가 되었다.
둘째는 개성도 강하고 고집도 세서 본인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을 때는 그것을 강하게 표현하곤 했다. 큰 소리로 “노!”를 외친다거나 고집스레 움직이지 않아 사람 속을 태우곤 했다. 우리 부부는 그럴 때마다 말을 빨리 시작하고 이해가 빨랐던 첫째 아이와 은근히 비교하며 속으로 아이를 책망하곤 했다. 그 나이 때 내 모습은 완전무결한 첫째 아이와 비슷했다고 확신했으니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둘째는 지금까지 나름의 표정과 손짓으로 열심히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장난감 같은 것을 건네면서 “짜빠바”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빠를 바라보며 “까치, 까치” 하자고 했었다. 내가 못 알아 들었던 것이지 아이는 열심히 표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고집이 세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의 얼굴과 눈을 더 바라봐줬다면 좀 더 일찍 아이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투정하는 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해 안타까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의 노력 부족이 후회가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소통이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아직 나는 아이와 소통을 잘하는 엄마는 아니었던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비단 아이와의 관계뿐이랴. 내가 이해해야 하는 대상에 대해 눈과 귀를 막고 그저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들으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기준으로만 판단을 하고 내가 옳으니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마음속으로 정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이가 드니 쓴 소리 해주는 사람도 점점 줄어드는데,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도, 판단력도 떨어지면 어쩌나 고민이다.
우선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가 바라기는 좀 더 아이의 얼굴과 눈을 바라보고, 그의 마음을 헤아려 대화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시도가 아직 늦지 않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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