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삶을 돌아보면 미비한 듯 보여도, 지난 몇 년 사이 많은 삶의 요령을 체득했다는 평가를 스스로 하게 된다. ‘완고함과 관대함’, 모순처럼 보이는 이 두 연륜의 증거들을 교묘히 오가며 새로이 많은 관계를 맺고 지속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말이다.
덧붙여, 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더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들의 말씀을 철저히 경청하고 이해하며 따른다’고 까지는 못해도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는 말의 진의를 깨닫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끓는 피에 세상이 두렵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유독 권하는 ‘고전읽기’. 이는 ‘너희들은 아직 배울 게 너무나 많다. 세상을 모른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인생 선배들의 에두른 충고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종종 한다.
통찰과 함축, 정리에 능한 작가의 능력을 힘입어 완성된 작품들을 통해, 청춘기의 시행착오들을 사전에 알리고 싶은 앞선 세대의 호의. 하지만 애석하게도 적기에 알아듣지 못하는 젊은 세대는 이내 유사한 인생의 굴곡에 넘어지고 만다.
고리타분하다며 무시해온 것들이 현재 그리도 필요한 인생의 지혜였음을 깨닫는 경험. 바로 인생 곳곳을 어루만지는 어른들의 옛이야기 혹은 고전을 쉬이 흘려듣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싶다.
지인이건 유명인이건, 누군가의 회고담이 삶의 지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은 물론 계속 있어왔다. 몇 해 전 발간돼 크게 화제가 됐던 코넬 대학교 칼 필레머 교수의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도 이의 한 예이다.
평균 나이 78세의 일반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란 젊은이들의 물음에 답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혜가, 더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이,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매우 뿌듯해했다. 인생의 현자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세월이 안겨준 경험과, 현대의 ‘상식’에 반하는 관점과, 상상도 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힘겨운 상황에서 얻은 경험적 지식까지. 이런 것들은 오직 인생의 현자들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삶의 지혜이자 지침이기도 하다. 내가 그들을 ‘인생의 현자’라고 부르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이어 “모든 사람의 삶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사람은 잃는다 해도 그 사람의 정신적 유산까지 잃을 필요는 없다. 오랜 옛날로부터 먼 미래로까지 이어질 길의 중간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며, “이것이 삶의 지혜가 계승되는 방식이다. 세대에서 세대로 면면히 이어지는 삶의 지혜가 오랜 시간을 살아온 현자들의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지혜와 해답은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노인들에게도 있다. 그들에게 그것을 물어보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반복되는 역사, 그 안에 전혀 새로운 사건과 어려움은 없다는 가르침, 이전의 누군가가 겪었을 일이라는 가정은 ‘미지에의 불안’이라는 짐에 눌린 채 살아가는 후대의 젊은이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답을 소모적일지 모를 ‘직접 경험’을 통하지 않고 얻게 해주려는 사려 깊은 누군가의 회고담, 그 고마운 이야기에 점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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