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Andrew Park’이다. 한국에서는 ‘박선규’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다른 이름이지만 둘 다 나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나의 이름이다. 나의 정체성과 이미지, 가치까지 담고 있는 ‘브랜드 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박선규’로 나를 불렀던 어린 시절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속한 직장과 교회에서는 ‘앤드류 박’이란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두 개의 이름과 이름에 담긴 의미들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는 ‘이름값’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피곤해 지치곤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여자들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바로 면세점을 지날 때다. 유리 부스 안에 진열된 화려한 명품가방들을 볼 때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누가 저 많은 명품들을 만들어 내는지, 저 많은 명품들을 누가 사는지...
그러다가 우연히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라는 나를 보고 아내는 말한다. “명품이잖아...” 그렇다. 명품은 비싼 만큼 이름값을 해줄 것이다. 그래서 명품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명품은 또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갖고 싶다고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명품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어떤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빛나는 인생, 그것이 ‘명품인생’이라 생각한다. ‘피겨 선수 김연아’는 그 이름 자체로 대단한 브랜드다. 피나는 훈련을 통해 세계 최고의 피겨 선수로 자리매김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첼리스트 요요 마,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반기문 총장, 오바마 대통령 등도 명품 브랜드, ‘명품인생’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유명하다고 모두 명품인생은 아니며, 유명하지 않다고 명품인생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 어린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가르치는 교사,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을 발 벗고 나서 돕는 변호사, 힘들게 장사해서 번 돈을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상인 ... 그들은 유명하지 않아도 자신의 인생을 명품으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다.
‘명품’을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짝퉁’이다. 겉으로 봐서는 너무 비슷해서 찬찬히 뜯어보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번지르르 해 보이지만, 속을 살펴보면 썩고 곪아터진 짝퉁인생도 얼마나 많은가. 얼마 전 미주 한인 여대생을 성추행 하고 한국으로 도망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좋은 예가 아닐까. 권력과 돈, 명예를 가진 사람이라도, 생각이 뒤틀리고 행동이 바르지 않다면 그것은 거짓인생이고, 짝퉁인생이다.
음악가인 나는 이제 ‘명품인생’을 넘어 ‘작품인생’을 꿈꾼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귀함과 가치가 상승되는 예술작품 같은 인생, 베토벤, 셰익스피어, 링컨, 아인슈타인, 에디슨, 고흐, 피카소, 바흐가 살아간 길을 걷고 싶다. 자신의 재능을 빛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고, 그 능력으로 역사의 획을 그은 사람들. 우리는 그들의 노력으로 만든 음악과 미술, 과학과 평등한 사회를, 그들의 대작들을 누리며 살고 있다.
‘짝퉁인생’을 살 것인지 ‘명품인생’을 살 것인지, 또는 ‘반품인생’을 살 것인지 ‘작품인생’을 살 것인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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