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보건센터 리테일 클리닉 워크-인 클리닉
▶ 일터나 수퍼마켓에 입점 접근성 용이·예약 불필요 1회 평균 경비 70달러대 대기시간 병원보다 짧아 주로 단일 증상만 치료 합병증 등 중증엔 부적합
타비사 스미스(31)는 지난해 11월 감기 비슷한 증상으로 한동안 고생을 했다. 1주일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자 그녀의 어머니는“병원에 가보라”고 성화를 부렸지만 무보험자인 타비사는“몸으로 때우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병의 증상으로 보아 죽을병은 아닌 것 같았다. 조물주가 선사한 신체의 정교한 자동면역시스템에 의지해 며칠 푹 쉬고 나면 돈은 돈대로 굳고, 건강 역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몸이 아프니 이것저것 따지는 것조차 귀찮고 성가셨다.
참다못한 그녀는 어머니의 강권에 못이기는 척하며 집 근처인 라 푸엔테 응급케어센터(urgent care center)를 찾았다.
방문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몇년 전 유사 증상으로 개업의를 찾아갔을 때 타비사는 진료비로 200달러를 꼬나 박았다.
말이 좋아 소셜 미디어 매니저일 뿐 5년 전부터 ‘백수’처럼 지내온 그는 당시 200달러의 ‘거금’을 지급하면서 내심 속이 쓰렸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응급케어센터에서 ‘보행폐렴’ 진단을 받은 그는 약품비를 포함, 70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셈을 마쳤다.
게다가 증상도 보건센터 방문후 크게 완화됐다. 보행폐렴은 기관지 일부에 가벼운 폐렴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타비사는 “몸이 아플 때 다시 응급케어센터를 찾을 생각”이라며 “사전예약이 필요하지 않고,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다 의료 서비스별 공정가격이 벽면에 게시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거의 예외 없이 저소득자인 무보험자에게 병원 문턱의 심리적 높이는 히말라야 못지않다.
병원 문턱을 넘기 힘든 타비스와 같은 무보험자에게 응급보건센터와 리테일 클리닉(retail clinic) 같은 워크-인 클리닉(walk-in clinic)이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일터나 수퍼마켓체인점 등에 입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환자가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와 신체검사, 예방간호 등을 제공한다. 각종 예방주사도 이곳에서 맞을 수 있다.
워크-인 클리닉이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전예약 없이 불쑥 찾아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 역시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의사를 만나려면 예약을 하고도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병원 응급실도 마찬가지다.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가 아니라면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겨우 의사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워크-인 클리닉이 결코 주치의나 응급실을 대체해선 안 되고, 대체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에서 이들의 역할과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법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주치의 부족현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워크-인 클리닉이 이로 인한 공백을 채워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매체인점에 입점하는 리테일 클리닉은 주로 ‘널스 프랙티셔너’(NP)와 의료보조사(physician assistants)들이 환자를 담당한다. NP나 PA는 의사를 대신해 일부 진료행위를 직접할 수 있는 전문 간호사다. 이들은 폐혈성 인후염, 각종 감염, 아주 심하지 않은 외상, 관절염좌 등을 치료한다. 물론 신체검사와 접종 서비스도 제공한다.
헬스케어와 관련한 책을 써낸 보스턴의 낸시 핀은 “점차 많은 만성질환자들이 워크-인 클리닉이나 리테일 클리닉을 찾고 있다”로 말했다.
최근 수년 사이 미국의 3대 리테일 클리닉인 CVS 케어막스의 미닛클리닉과 월그린의 테이크 케어 헬스, 크로거의 리틀 클리닉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의 대표적 민간조사연구기관인 랜드 Corp.는 2012년 보고서에서 편리함, 접근가능한 진료시간, 낮은 경비를 이들이 누리는 인기의 3대 요인으로 제시했다. 1회 방문에 들어가는 평균 경비는 78달러로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응급케어센터는 대부분 의사가 소유하고 운영한다. 병원이 직접 운영하는 워크-인 클리닉도 적지 않다.
미 응급케어센터협회에 따르면 미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런 유형의 보건 클리닉은 9,000개소를 헤아리며 매년 300개가 새로 오픈한다.
응급실전문의들을 대표하는 기구인 ACEP의 회장 내정자 알렉스 로제나우 박사는 “응급케어센터는 비교적 건강하며 복합적인 합병증세가 아니라 단일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이용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지럽거나 가슴이나 복부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응급케어센터가 아닌 병원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응급실에 비해 비용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다투어 이들을 가맹 병원 네트웍에 포함시키고 있다.
정규 병원대신 워크-인 클리닉을 찾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고용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컨설팅사인 머서(Mercer)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5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고용주의 거의 3분의 1이 회사 내에, 혹은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클리닉을 두고 있다. 이들은 예방차원의 검사와 건강관리 조언, 경증 질환 치료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당뇨병과 같은 만성적 질환에 대한 모니터링도 해준다.
가정 주치의가 없는 근로자들에게 사내 클리닉은 신뢰할만한 건강 조언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고용주들은 사내 클리닉을 사용하는 직원들에게 코페이먼트를 면제해 주거나 크게 할인된 가격에 처방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물론 경비절감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클리닉(community clinic) 역시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헬스케어, 치과 진료, 정신건강과 약국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LA 카운티에는 저가, 혹은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클리닉이 248개를 헤아린다.
진료 내용에 따라 경비에 차이가 나지만 보통 35달러에서 300달러 정도다. 커뮤니티 클리닉은 환자의 소득에 연동시켜 진료비를 산출한다.
타비사는 의료보험과 몸이 아플 때 전화를 걸어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주치의를 원하지만 당분간 응급케어센터로 만족할 것이라며 “내 병이 나은 것을 보면 그곳의 의사도 과히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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