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 가운데 50% 이상, 신앙인의 60% 이상은 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종교를 불문하고 사제나 목회자들의 대부분이 남자라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교황청에서 여사제를 인정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고 불교에서도 종단의 좌장이 여성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기독교에서 여성사제 또는 목회자를 인정한 것은 19세기 말의 일이었지만 아직도 여성은 전체 목회자의 1%에 불과할 뿐이다. 이슬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불교를 보자. 석존께서도 여성을 차별했는가? 석존 사후 제자들이 석존의 설법을 모아 정리하는 1·2차 결집 이전의 원 설법을 모은 ‘장노니게’를 살펴보면 석존은 분명히 여성(비구니)을 남성(비구)과 평등하게 다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후대 결집에는 비구들만 참여했고 점차 시대가 바뀌면서 인도의 가부장적 사회제도의 고착화로 여성의 권익은 땅 아래로 추락했다. 비구니는 8경법에 따라 비구에 종속된 불자로 격하되고 말았다.
가톨릭은 어떠한가? 지난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여성사제 반대교서 이후 변화를 꾀했던 여성사제에 대한 유럽교회의 압력은 무산됐다. 아직도 여성사제 인정에 대한 운동은 물밑에서만 일고 있다. 이에 반발해 2002년 6월29일 유럽에서 7명의 여성들이 몰래 사상 처음으로 가톨릭사제 서품을 받았다. 교황청은 곧바로 이들을 파문시켰다.
교황청으로부터 처벌을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진행된 주교 서품식에서 크리스티 메이어 루메츠베겔과 기셀라 포스터는 첫 번째 가톨릭 여성주교가 됐다. 2005년에는 이들 두 명의 여성주교와 그들에게 주교서품을 준 남성주교가 공동으로 사제 서품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첫 여성사제가 탄생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4명의 여성사제와 10명의 여성주교가 바티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은 미국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일로에 있어 자칫하다간 가톨릭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슬람의 지독한 성차별은 유명하지만 그래도 한줄기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2007년 2월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서 남성사제 이맘에 대비되는 모키다(Mourchidat)라는 이름의 여성사제가 50명이나 훈련을 거쳐 임명됐다. 이들은 예배집전을 제외하고 이맘이 하는 모든 역할을 할 수 있다.
성공회와 감리교, 구세군을 필두로 여성목회자 안수 및 여성장로 장립에 가장 앞장서온 개신교는 어떠한가?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장로교회에서는 1889년 루이사 우즐리가 안수를 받았다. 한국의 기독교감리교회는 1931년에 여장로 제도를 채택했고, 기독교장로회도 1956년에 여성 장로제도를 허락하고 곧 이어 여성 목사제도를 채택해 안수를 주게 되었다.
진보적인 기장, 감리교 등이 여성안수를 시작하면서 비교적 보수적인 예장통합도 인정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보수교단인 예장합동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여성들은 수천 년간 교회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와 6·25, 이후의 어렵던 시기에 계몽운동과 자녀교육을 통해 기독교문화 창달에 앞장서왔다. 교회활동의 대부분을 여성에게 의존하면서도 가부장적인 권위의식으로 가득 차 여성 목회자 및 장로 안수를 거부한다면 앞으로 수년 내에 교회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교회가 여성자원을 사장시키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달아 남성위주의 목회질서를 빨리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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