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을 듣는 일이다. 생활주변에는 늘 음악이 따라다닌다. 그래서 음악은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친숙해지고 또한 개인의 기호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좀 더 수준 높은 음악세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음악은 귀로 듣는 예술이기에 음악 감상은 청각의 작용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상은 두뇌 개발과정이며 그에 따르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우선 음악 감상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로 피아노 음악 듣기를 권한다. 모든 음악활동의 기반이 되는 피아노 음악을 통하여 기본적인 음감과 음색을 익히고 주제 파악과 화성을 감지하며 나아가서 대위법상의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인식하여 전체적인 작품의 예술성을 골고루 느끼며 경험하는 것이다.

그 다음 중요한 요소는 음악의 본질(Essence)에 대한 감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이 주는 감흥을 환경적인 요건 즉 분위기(Mood)와 자주 연결시키려 한다. 물론 감상환경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음악자체가 전달하려는 감성을 충분히 간파한다면 분위기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음악의 본질을 깊이 감상하려면 음악을 만드는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생긴다. 악기를 배우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작곡을 하는 등 음악 만들기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없이는 깊은 감상의 경지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컨대 TV나 사진을 통하여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과 실제로 그곳에 가보는 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

음악 감상이란 두가지 측면 즉 악곡(Composition)과 연주(Performance)를 동시에 접하는 행위이므로 어느 쪽이든 그 과정에 동참해본 경험이 있을 때 감상의 깊이와 폭이 더 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작곡가가 심혈을 기울여 곡을 만들고 연주가 역시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하여 얻은 기량을 발휘하여 재현하는 만큼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당연히 상당한 감상 능력과 음악적 소양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깊은 감상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하여 가능한 한 많은 작곡가의 작품을 폭 넓게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서양 음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작곡가들의 작품규모는 실로 방대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작품들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하여 우리가 친숙한 CD분량으로 말한다면 바하, 하이든, 모짜르트의 작품은 각각 150-170장 정도이다. 베토벤도 90여장이며 리스트는 피아노곡만도 99장에 담겨 있다.

차이코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의 곡도 각각 60~70장 수준. 심지어 주요 작곡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그리그와 시벨리우스도 각각 CD 40여장의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보면 실제 우리가 라디오나 연주회에서 듣는 음악과 개인적으로 CD와 DVD를 통하여 접하는 것을 모두 합해도 불과 전체의 10-20% 정도에서 감상이 이루어진다고 생각된다. 환언하면 음악 감상의 영역은 그 만큼 방대하고 먼 길을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가벼운 취미생활의 단계로 부터 진지하게 몰입하여 감상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것이다.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하기 위하여 더 깊은 음악 감상을 원하는 분들에게 이러한 방향제시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