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 대학의 교육 심리학 연구팀이 물리학 전공 지망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그들의 관심도를 테스트했다.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에 관해 각각 다른 데 초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시켰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물리학자의 이론, 두 번째 그룹에게는 그들의 성취, 세 번째 그룹에게는 그들이 극복한 역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그와 함께 물리학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그리고 학기 끝 무렵에 물었다. “자…이제 계속해서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전공으로 삼고 싶은 학생은 손 들어보세요.”어떤 그룹의 학생들이 물리학에 지속적이고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을까? 물리학자들의 역경에 대해 알아본 세 번째 그룹이다. 놀라운 것은, 물리학자들의 뛰어난 성취에 관한 내용을 읽고 토론한 두 번째 그룹 학생들이 “물리학자는 심각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결론짓고 물리학 전공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점이다.
왜일까? 다음 세가지 사실 가운데 어떤 것에 가장 인간적인 친근감을 느낄 수 있나를 알아보자. 첫째, E=mc2. 둘째, 아인슈타인은 1921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셋째, 아인슈타인은 어릴 적에 말을 더듬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했고,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저능아”라는 꾸지람도 들었다. 그리고 대학 입학시험에는 2번이나 실패했다.
단순히 공식이나 이론을 머릿속에 집어넣도록 하거나, 노하우만 챙기게 만들거나, 훌륭한 업적을 벤치마킹 하도록만 유도하면 학생들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다. 세 번째 그룹이 보여준 것은, 삶의 드라마를 경험한 사람에게서 묻어 나오는 지혜에 이끌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사실이다.
요즘 대학은 자금난과 아울러 또 다른 근심거리를 안고 있다. 인문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이다. “학생들이 돈 안 되는 전공은 하려고 들지 않는다”며, 취업가능성이 높은 전공과목으로만 몰리는 학생들을 대학은 원망하고 있다. 과연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물어야 할까?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누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할지 알 수 있다. 영문학을 예로 들자. 100여년 전 대학 강의실에 영문학이 도입된 초기에는 문학작품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삶의 감동ㆍ의미ㆍ지혜를 찾게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작품세계에 나타난 간접적 경험을 통해 희로애락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6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문학은 이론과 비평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역사주의 비평ㆍ사회문화 비평ㆍ형식주의 비평ㆍ구조주의 비평ㆍ심리주의 비평ㆍ페미니스트 비평ㆍ포스트모던 비평 등 각종 이론이 강의실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업료를 받아내기 위해 대학은 무엇인가 캠퍼스 밖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든지 학생들의 귀에 익은 언어와 형식을 동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동원하고, 그것을 좀 더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들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것을 대표하는 것이 학술저널이다.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읽는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저자와 저자의 어머니, 저널 편집자, 그리고 저자의 경쟁자뿐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인 ‘성숙하고 지혜로운 인간’은 뒷전으로 물러났고 지식 자체를 축적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목적으로 변질되었다. 지식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더구나 구글이 모든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 이 시점에 대학은 배우는 자보다 가르치는 자 중심으로 역행하고 있다.
배우는 자가 배움의 즐거움을 잃어버렸을 때 택할 수 있는 전공이 무엇일까. 돈 되는 전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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