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을 멕시코 바하 의료봉사를 위해 꾸려가는 짐들이었는데도 이번엔 너무 힘이 들었다. 부패한 멕시코 바하 티와나 국경 검문소에서는 우리 차에 실린 전동 휠체어와 200켤레의 신발이 너무 많고 비싼 것이라 300달러의 세금을 지불해야 입국할 수 있다고 했다. 흥정(?)끝에 100달러 세금을 지불하고, 아니, 착취당하고, 바하 샌퀜틴으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했다. 그 돈이면 200그릇의 컵라면을 더 끓여 먹일 수 있는 것을…그들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그들은 헐벗고 굶주린 맨발의 아이들을 본적도 없었을까? 마음속으로 물으며 바쁜 일정의 걸음을 옮겼다.
일정을 마치고 운전 8시간 만에 도착한 샌디에고 미국 국경 수비대와 세관의 검열은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마음에 부담을 주었다. 우리를 담당한 2차 검열관은 젊고 히스테리칼한 깡마른 백인이었다. 권총과 탄알들을 몸에 둘러 어깨에 힘이라도 갔는지, 마약사범을 다루듯 위협적이었다. 이유는 약품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었다. 왜 많은 항생제(Amoxicillin)가 약장에 있느냐는 것이다. 치료약과 마약도 구별을 못하는 것인가? 쥐약을 찾으면 “댁의 쥐가 많이 아픈가요?” 하고 반문할 만한 꽉 막힌 경찰관 아니, 한 젊은 청년으로 생각 되어졌다.
그는 환자 진찰실로 꾸며진 캠퍼 안의 여러 종류의 진료용 약들을 다 뒤집어놓고 압수한 후 우리를 조사실로 끌고 갔다. 조서 작성은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계속 되었다. 약품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캠퍼와 우리를 억류할 수 있다고 협박도 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대처할 길을 모색해야겠다 싶어 옆에 앉아 같이 곤욕을 치루고 있는 한의사에게 대처 방법을 글로 써서 전해주고, 모든 것이 녹음되어지는 이 조서 꾸미는 방에서 녹음이 되게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중의 증거를 위하여 그곳 상관(중년의 백인경찰)에게 말을 걸었다. 커다란 목소리로 “나는 선량한 미국 시민이다. 내 자신이 자랑스러운 미국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의 취조,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 하지만 취조과정이 아주 잘못 되었다. 선량한 미국 시민을 죄인 취급하며 과정 하나하나를 우리에게 말해주지도 않고 수갑 찬 사람과 총 든 경찰들이 들락날락 하는 방에 몇 시간을 방치하고 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여 지금 정신적으로 불안 공포증이 생겼다. 그리고 이 차는 내 개인 차도 아니고, 비영리 자선 단체로 등록된 차다.” 이야기를 들은 그는 자기 부하가 정말 우리에게 설명을 안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렇다. 하나도 하지 않았다”라고 난 잘 녹음될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흠칫하더니 방에서 나가 버렸고 얼마 후, 그 젊은 검사관이 다시 들어와서는 큰 자비를 베풀듯이 억류하지 않고 차와 함께 석방할 테니 훌떡 뒤집어 꺼내 압수했던 진료 약품들을 정리하여 가라고 했다. 그가 철문을 열고 우리 차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 동안, 난 그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때 보다 신중한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젊은 그에게 앞으로 긴 인생길을 갈 그에게 좀 더 깊게 생각하며 이해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저 뚫어지게 쳐다만 보고 말았다.
그곳에서 나온 새벽, 찬 공기가 밤을 새운 몸과 마음에 상쾌하게 와 닿았다. 하나님의 세상과 현실의 세상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며, 힘든 여정이 생길 때 마다 새겨보던 어느 성자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선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선한 일을 한다고 해서 자기가 가는 길에 놓인 돌을 다른 사람들이 치워 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자기가 가는 길에 그들이 돌을 굴려다 놓으리라고 각오해야 된다. 일종의 숙명으로 각오하라. 시련의 체험으로 내면이 강화되고 강화된 힘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시련에 반항만 한다면 힘은 고갈되고 말 것이다” 이런 다짐이 없었다면 지난 15년간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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