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인들만 가진 독특한 전통들이 있다. 이를테면 ‘십일조’ ‘새벽기도’ ‘성전건축’ ‘일천번제’ ‘주여 삼창’ ‘주일성수’ 등이다. 이런 전통들이 한국교회 발전에 기여도 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전통은 어처구니없는 성서해석의 오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주일성수’, 즉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일예배는 꼭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구약시대에 태어나 안식일을 지켰고 일부러 안식일에 사역을 더 했다. 구약 백성이 안식일에 쉬었다면 신약 백성은 예수 안에서 참 쉼을 얻는 것으로 해석했다. 예수는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18)”고 말씀하셨다. 신약 시대가 되면서 토요일 안식일은 점차 효력을 잃어갔다.
예수가 부활하신 첫날을 기념하여 떡을 떼는 일이 많아지면서 안식일에 모였다는 이야기 대신 안식 후 첫날, 즉 일요일에 모이는 일이 흔했다. 유대교를 싫어하는 로마인을 의식하여 기독교인들의 주일 지키기가 보편화 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로마의 영향력 있는 미트라 제일(祭日)이 마침 주일과 겹치므로 주일의식은 더욱 고착화 되었다. 바울이 전도여행 중 유대인을 만나기 위해 안식일에 회당을 찾은 것은 분명하지만, 교회가 형성되면서 안식일에 모였다는 이야기는 신약성경 어디에도 없다.
바울사도는 신자들이 일주일 중 특별히 어느 날을 지정해서 거룩히 지키는 행위를 경계했다.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해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갈4:10-11, 골2:16)” 또 종교개혁가 루터나 칼뱅도 유대인의 안식일처럼 기독교인들의 주일 집착을 경계했다. 특히 칼뱅은 일요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목요일에 모이자고까지 주장했다.
그렇다고 교회의 주일예배를 아예 집어치우라는 주장이 아니다. 일요일은 국가가 정한 공식 휴일이므로 모이기가 가장 좋은 날이다. 바울은 “혹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낫게 여기고 혹은 모든 날을 같게 여기니 각각 자기의 마음에 확정할지니라(롬14:5)”라고 가르쳤다.
그러므로 주일날 모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더 이상 죄의식을 주지 말자는 것이다. 주일날 교회 외면하고 골프 치러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던가, 주일에 가게 문을 닫아야만 장사가 잘 된다거나 하는 무속신앙적인 설교는 죄책감을 준다.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런 설교는 이제 중단되어야 옳다.
현대사회는 주일성수를 어렵게 한다. 경찰, 군인, 소방관, 신문방송인, 조종사, 버스 등 공공 교통기관 직원, 요리사, 가게 점원이나 매니저 등 이런 모든 직종근무자들은 일요일을 못 지키니 구원받지 못한다는 말인가?가뜩이나 남들 쉴 때 쉬지 못해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주일성수’ 못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를 또 줄 필요가 있을까. 이들이 발견한 해결책은 결국 교회를 떠나는 것이다. 한국의 모 교회는 주일에 일하는 운전자들을 위해 월요예배를 정기적으로 갖는다. 미국에도 교회가 많고 목회자도 넘치는데 왜 일요일 외의 예배는 없는가? 주일 잘 지키는 사람만 구원 얻는 종교라면 누가 이 종교를 수용할까. 예수도 싫어하실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