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물리학은 자연 세계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결론을 불러왔다. 그런 결정론적인 생각은 과학 뿐만아니라 사회, 역사, 문화에도 파급되어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규칙성과 정해진 과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사람들은 여겼다. 통계학은 그런 결정론을 숫자로 표기하는 도움이 역할을 했고, 분석 철학자인 이언 해킹은 “통계가 인간과 사회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세상에서는 노력 혹은 우연이란 단어가 존재할 틈이 없다.

수학에 자신 없는 7학년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콜럼비아와 스탠포드 대학 공동 연구팀이 실험을 했다. 시간 관리, 공부하는 요령을 모두에게 가르친 다음,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두뇌는 근육과 같아서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라는 설명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두뇌 신경 조직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새로운 것을 암기하는 방법만 제시했다. 몇 주가 지나며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고 수학 공부에 두 번째 그룹보다 훨씬 더 매진했다. 학기 말에 치른 시험에서도 첫 번째 그룹 평균이 두 번째 그룹보다 훨씬 높았다.

두 번째 그룹은 “수학 두뇌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졌다. 한번 정해진 것은 노력으로 고칠 수 없다”라는 결정론적인 결론을 내린 반면, 첫 번째 그룹은 결정론에 순종하기를 거부했다. 커리어를 찾아나서는 10대와 20대에게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어떤 학생은 적성검사 혹은 집안의 전통에 따라 정해진 룰에 순종하지만 어떤 학생은 표류(d?rive)를 자처한다. 프랑스의 상황주의자 드보르가 말한 표류, 즉, 지도 없이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시내를 걸어 다니며 도시 속에 감추어진 신비와 진정한 삶을 발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드보르의 표류는 맹목적인 어슬렁거림도 아니요, 무조건적인 시간 낭비도 아니다. 계획된 표류다.

남다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대부분은 장기적인 커리어 목표를 세우거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개발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어릴적 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를 즐겼다. 그렇지만, 그것을 커리어로 발전시킬 생각은 못했다.

피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30세 때 부터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분의 돈을 벌기위해 밤에는 피아노 바에서 일했다. 4년 후, 파바로티가 보첼리의 노래를 듣고 가능성을 인정해서 무대에 설 것을 추천함으로 보첼리의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마오쩌둥은 어릴 때 아버지의 강요로 학업을 중단하고 집안 농장에서 일했다. 28세 되던 해, 공산주의 운동에 본격적으로 가담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감투를 쓰지 못하자 공산주의를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키울 수 없다고 여기고 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했다. 그로부터 4년 후, 공산당 후난성 지부를 창립하 고 세력을 키워나갔다.

해리슨 포드는 30세 되던 해 ‘청춘낙서’(American Graffiti)라는 영화에 출연했지만 출연료가 적어 “배우로 생계유지를 할 수 없다”라고 결론짓고 본래 하던 목공업으로 돌아갔다. 4년 후 청춘낙서를 감독했던 조지 루카스를 만났고, 루카스는 해리슨을 영화계로 다시 돌아오게 했다.

이렇듯 자신의 커리어 궤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직전까지 표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이나 목표 보다는 우연한 사건, 만남, 기회가 그 표류에 변환점을 찍었다. 인생 계획에 표류를 포함시킬 때 기회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