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에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를 주창하고 경험을 통한 과학적인 사고 즉, 귀납법 논리로 지식에 접근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18세기 들어서는 계몽 사상가들이 백과사전을 집대성함으로 지식의 보급과 확산에 박차를 가했다. 지식이 문명을 진보시키고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확신아래. 그 이후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무한정 접근 가능케 된 오늘, 우리는 좀 더 자유롭게 되었을까.
지식의 축적과 사용방법에 일침을 가한 프랑스의 사상가 푸코는 “인간을 다스리고 속박하는 권력의 원천이 바로 지식”이라고 갈파했다. 빗대어 말하면 대학 진학에 필요한 학교 성적표나 교사 추천서는 학생을 향한 “내일을 위해 오늘 까불지 마라”는 회초리이며, 입학지원서는 정의와 공정을 뒤로하고 성차별 인종차별 지역차별을 용인하는 공인차별서이다. 이런 와중에 지원자가 할 수 있는 것은 파워를 지닌 사람이나 기관의 눈치를 살피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며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아니면 이를 피해가려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파워의 시녀로 둔갑된 지식 앞에 우리는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갈등은 지식과 행동 사이에 놓인 괴리에서 온다. 흡연자는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안다.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 학생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것을 안다. 살을 빼려는 사람은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지를 안다. 해서, 성공적으로 담배를 끊은 사례, 과학자의 꿈을 이룬 선배, 살을 뺀 연예인에 매료되어 그들의 성공사례를 연구하고 노하우를 전수받는데 혼신을 다한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서 발생한다. 즉 열심히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습득된 지식을 행동으로 옮겨 성공에 이르는 사람은 극소수다.
특히 대학 지원을 앞둔 학생들에게 지식과 실천 사이에 생긴 괴리는 넓고 깊기만 하다. 예를 들자. 첫째, 구글 덕분에 정보 홍수에 밀려 선뜻 몸이 움직이지 않는데서 괴리는 시작된다. 지원 대학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랭킹을 매기는 잡지 신문 웹사이트 그리고 입시정보 사이트를 두루두루 방문하여 아는 것은 늘었지만 그것을 분석 응용 적용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게 된다.
둘째, 선 쾌락 후 고통의 법칙이다. 막상 지원 대학 리스트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페이스북과 컴퓨터 게임을 하면 쾌락을 맛볼 수 있기에 지원 대학을 찬찬히 조사해보는 일은 뒷전으로 밀린다. 후회의 고통이 따를지라도 그것은 일단 나중 일이다.
셋째, 실수가 두려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아무리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하더라도 잘못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답안지에 답을 옮겨 쓰는 과정에서 한 칸씩 내려쓰는 바람에 SAT 점수가 형편없이 나왔다. 그리고 부모님께 심한 꾸중을 들었다. 그 이후로는 어떤 종류의 시험도 치를 엄두가 안 난다”고 말하며 끝없는 자학에 빠져 몸이 굳은 학생도 있다.
결국, 지식과 행동 사이에 괴리를 만든 원인은 지식의 유무에서 찾을 수 없다. 나아가, 구글 시대에는 반드시 아는 것이 힘이라 할 수도 없다. 만일, 이 시대에 우리를 괴리에서 빠져 나오게 할 신이 있다면, 그는 여호와도 알라도 부다도 아닌 “JUST DO IT”을 주창한 ‘나이키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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