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사도행전을 보면(9:36 - 42), 욥바라는 지역에 다비다라는 여제자가 사망하여 주위 사람들이 슬픔에 잠겼을 때, 마침 인근을 방문 중인 사도 베드로를 청하여 오도록 한다. 그가 다비다의 시신이 안치되어있는 다락에 올라가 보니 의지할 곳 없는 과부들이 다비다가 생전에 자신들에게 지어준 옷을 보여주며 덕을 기렸다. 이 일을 두고 ‘욥바의 패션쇼’라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남에게 베풀며 사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몇달 전, 회사의 행정직원이 출산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베이비 샤워를 해준다고 카드와 돈 봉투가 돌고 있었다.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엔지니어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회사 내에서 돌리는 돈 봉투 안에 5달러 이상의 지폐를 본 적이 없었다. 엔지니어들은 너무 자기 계산만 한다고 해야 하나?그래서 직접 나섰다. 한사람씩 찾아가서 20달러씩 모은다고 했다. 체면 때문인지 쉽게 응했다. 그룹 이메일도 보냈다. 그래서 베이비 샤워 당일 900달러를 모아 전해줬다. 그녀는 그 돈으로 아기침대, 카시트 그리고 유모차를 장만했다.
그녀가 출산 휴가를 가있는 동안에 대비해 다섯 달 계약으로 임시직 구인 광고를 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는지, 아직도 불경기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는 직장의 유무 차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중국계 20대 여성을 뽑았다.
그런데 계약이 만료되기 3주 전부터 그녀는 연락도 없이 나타나질 않았다. 며칠 후 전해진 바로는 그녀와 동거하던 보이프렌드가 모터사이클을 타고가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임시직이나마 겨우 잡은 직장이라, 그녀에겐 하루 하루의 수입이 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짐작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나서기로 했다. 자발적으로 도울 사람은 현금을 가지고 나의 사무실로 오라고 그룹 이메일을 보냈다. 보이프렌드 장례를 치르고, 아파트에서 짐을 챙겨 어디로 옮겨야 되고, 자신의 거처를 정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하는 등등...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절망적인 남을 도우려면 전제조건이 붙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도울 마음도 없는 사람들이 남을 정죄하려고 돌을 던진다. 나는 그녀를 잘 모른다든지, 결혼도 안하고 동거하는 그녀는 나쁘다든지, 구실은 많다. 그러나 하나님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선호하신다.
사실, 크게 기대도 안했다. 그런데 20, 40, 60, 100달러를 들고 한사람, 두사람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마지막 날 인사하러 나타날 때까진 다시금 900달러가 모였다. 따로 불러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나누다 봉투를 건네면서 잃어버린 봉급이라고 했더니 눈을 크게 뜨며 고맙다고 껴안는다.
어떤 사람이 아내에게 “Honey, I love you”라는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려다 H를 M으로 잘못 찍어 보냈다. 이를 받아본 아내는 돈만 좋아하지 말고 자신에게도 줘보라면서 싸움을 한바탕 벌였다. 쩐은 부부 사이도 갈라놓는다. 자기 자신을 위해 쓴 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은 쩐의 마력이다.
종교단체 중에 부동산을 가장 많이 소유한 곳은 구세군이라고 한다. 그들로 부터 도움을 받아 성공한 후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금 그 소유를 유서를 통해 반환하는 경우라고 한다.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성실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남을 도우려 쓰는 돈은 훗날 다시 자신을 찾아온다. 쩐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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