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3년 1월21일 아침, 중년 남자가 마차에서 내리자 병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광장 가운데 설치된 단두대로 끌고 갔다. 그 남자는 스스로 윗도리를 벗고 팔을 내밀어 동아줄에 묶였다. 그리고 단두대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잠시 후 단두대의 칼날은 내려졌고 집행관은 잘려진 목을 쳐들어 군중에게 보였다. 프랑스 혁명으로 왕위와 목숨을 잃은 루이16세, ‘새 시대의 희망’으로 칭송을 받으며 왕으로 즉위할 때 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중농주의 개혁으로 토지를 빼앗긴 농민들은 도시의 빈민가로 내쫓겼다. 농업기술은 발전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농민의 숫자만 줄어들자 농산물 생산이 격감하여 식량 위기가 수시로 찾아왔다.
둘째, 새로 등장한 부르주아 계층은 귀족 못지않은 재력과 교양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었다.
셋째, 농민과 부르주아의 불만이 팽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정은 호화판 궁궐 생활, 불필요한 해외 원정으로 돈을 탕진했다. 그에 따른 재정 부담은 농민과 부르주아에게 떠넘겼다. 넷째, 볼테르, 디드로, 루소 등 계몽사상가들이 왕권과 귀족의 권력남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프랑스 혁명 전까지, 단두대에서 왕이 목숨을 잃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급작스레 왕의 목이 날아가고 절대왕권이 무너진 당시 사회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계층이 등장했다. 대중(大衆)이다.
생각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일은 무엇일까.
원자폭탄이 제조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단지 전쟁에서 적군을 제압하기 위해 사용되는 무기로만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그것을 인류 전체를 자멸시킬 수 있는 괴물로 여긴다.
산업혁명 때 우후죽순으로 생긴 공장은 문명 발전의 심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공장에서 쏟아지는 폐수, 오염물질로 인한 환경훼손으로 오늘날 사람들은 그것을 더 이상 발전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공장이 오히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학교가 생기고 대중교육이 시작되었을 때 개설된 과목이 있다. 체육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학생들의 신체단련을 통해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정신을 낳게 하려는 의도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해낼 수 있는 근육과 체력을 지닌 노동자를 양산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치미는 욕망을 격렬한 육체 운동을 통해 분출시키고, 단체 운동을 통해 집단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체육으로 철저하게 훈련된 학생은 명령에 자연스럽게 순종하는 인간이 된 것이다.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진행되는 것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낮은 합격률이 곧 인기몰이와 순위 상승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학은 이 이중효과를 보기 위해 묘한 방법으로 합격률을 산출한다. 한 예로 100명 지원자 가운데 20명을 선발했으면 합격률은 20%가 된다. 하지만 100명 가운데 20명이 지원에 필요한 보충서류(예: SAT 점수, 추천서, 성적표 등등)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완전히 서류를 갖춘 지원자 80명 가운데 20명을 뽑았기 때문에 실제 합격률은 20%가 아닌 25%가 된다. 그렇지만, 대학은 합격률을 20%로 발표한다.
만일 루이16세를 ‘대학’으로, 농민과 부르주아를 ‘지원자’로 대치하면 무슨 일이 벌어져야 할까. 생각도 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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