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 변호사, 훼어팩스 카운티교육위원
이번주 월요일은 미국의 재향군인의날(Veterans’ Day)이었다. 그 날을 연방정부나 버지니아 주정부는 휴일로 지키지만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는 학생들수업이 그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당일 스프링필드의 Lee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재향군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약 20분 정도의 짧은 행사였지만 학생, 교사,학부모 그리고 재향군인들이 같이 어울려 치룬 의미 있는 행사였다. 재향군인의 날은 원래 1차 세계대전 휴전을 기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정식 종전은 1919년 6월이었지만 실제적으로는 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총성이 멈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부터 11월 11일을Armistice Day (휴전기념일)라고 칭했다고 한다. 그 후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었던 1954년에 휴전기념일이 재향군인의날로 바뀌면서 모든 참전용사들의 애국,용맹과 희생을 기리는 날이 되었다. 미국에는 현재 약 2천2백만명의 재향군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에서는 매년 이 날을 두고 논란이 있어 왔다.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매년 12월초에 다음 학년도의학사일정을 확정 짓는다. 즉, 학생들의 개학 일부터 졸업식 날짜까지 모든 것을 정한다. 그런데 단골 토론 과제로 등장하는것이 재향군인의 날의 휴일 지정 여부이다.
특히 국방성을 비롯해 군인들이나 군관계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퇴역 군인들이 제법 많이 거주하고 있는 훼어팩스카운티에서는 이에 대한 토론이 애국심결여 여부로까지 비약되기도 한다. 휴일지정을 반대하는 교육위원들은 비난을각오해야 한다.
이 날을 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제대로기리고 그들에게 적절한 예의를 갖추기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논리를 제기한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되어서는 안되고 그 날 알링턴국립묘지를 방문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이 꼭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정상 수업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그 날이갖는 고유한 뜻을 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휴일 지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휴일로 지정해야만 학생들이 그 날을 뜻깊게 보낼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라고 맞선다. 휴일일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냥 하루 쉬는 날 이상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국립묘지 참배보다는아마 늦잠을 자고 샤핑센터에 가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소모할 것이라고 한다. 오히려 학교에서 특별행사를 갖고 수업시간에 선생님들과 이 날의 역사적 의미나 재향군인들의 희생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보다 교육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11월 초 선거일과그 바로 전날을 초등학교에서는 교사와학부모의 면담일 그리고 중,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만의 특별 학업준비 날로 지정해 학생들에게는 휴일이고, 같은 달 말추수감사절로 또 이틀간의 휴일이 있음을 고려할 때 11월의 추가적인 휴일은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그리고 법정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지금도 6월 중순까지 수업을 해야하는 것을 고려할 때 추가 휴일 지정은 1년의 학사 일정이 그 만큼 더 길어지기만 하는 달갑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10월의 콜럼버스 데이 휴일에 등교하고 재향군인의 날은 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있다. 이에대해 9월초 개학해 11월초까지 계속 하루도 휴일 없이 두 달을 보내는 것보다는중간에 하루 정도 휴일이 있는 것이 교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정신적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하찮게들릴지 몰라도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나 그 가족에게는 일반적으로 콜럼버스 데이 연휴 주말에 토너먼트가 있어 왔는데 그것을 바꾸려면 장소 예약과 다른준비 때문에 그저 1년 미만의 사전 계획으로는 어림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올해에도 12월 초의 교육위원회 회의 때 과거에 있었던 똑같은 주장과 논리가 반복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결국 이번에도 똑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겠는가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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