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내가 사는 작은 오막살이집까지
이르는 숲길 사이에
어느 하루
마음먹고 나무계단 하나만들었습니다
밟으면 삐걱이는
나무 울음소리가 산뻐꾸기 울음
소리보다 듣기 좋았습니다
언젠가는 당신이
이 계단을 밟고
내 오막살이집을 찾을 때
있겠지요
설령 그때 내게
나를 열렬히 사랑했던
신이 찾아와
자, 이게 네가 그 동안 목마르게 찾았던 그 물건이야
하며 막 봇짐을 푸는 순간이라 해도
난 당신이 내 나무계단을 밟는 소리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신과는 상관없이
강변 숲길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 곽재구(1954-) ‘계단’전문
언젠가 찾아올 사람을 위해 시인은 나무 계단을 만든다. 님이 밟으면 산뻐꾸기 울음보다 기분 좋게 소리를 낼 계단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켜고 못질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보다 더 귀한 것이 그리웠던 사람과의 해후일 터, 지당히 신조차 한 발짝 물러서주실 것 같다. 그런 만남, 그런 축복은 나무 계단을 만들 듯 깊고 오랜 마음으로 기다릴 줄 아는 이에게만 오는 것이 아닐까.
-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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