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서 가장 전망 좋은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샌디에고의 카브리요 국립 모뉴먼트가아닐까. 이곳에 서면 언덕 아래로 샌디에고 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해질 무렵 하얀 돛배들이 어미 품에 안기는오리처럼 항구로 몰려들고 황금빛 고요함이 온 바다와 대지를덮을 때의 모습은 장관이다.
이곳은 1542년 9월 후안 카브리요가 유럽인으로는 처음 지금미국 땅인 북미 대륙의 서해안에 첫발을 디딘 곳이다. 이곳 지명도 물론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이어 샌 페드로와 샌타바바라, 몬트레이까지 올라가지만 카탈리나 섬을 탐험하다 발을 헛디뎌 부상을 입은 후 괴저균에 감염돼 이듬해 1월 43세의나이로 사망한다.
카브리요가 샌디에고에 오기 10년 전인 1532년에는 프란시스코 피자로가 불과 160명의스페인 군대로 카하마르카에서 아타왈파 잉카 황제가 이끄는 8만 명의 잉카 군을 격멸하고 황제를 사로잡았다. 황제는방 하나를 금으로 채워주겠다고 약속하고 목숨을 구걸했지만 피자로는 황금만 챙긴 후 그를 목 졸라 죽인다.
그보다 앞서 1519년에는 에르난 코르테스가 600명의 군대를이끌고 현재 멕시코의 수도인 테노치티틀란을 공격해 아스텍 황제 목테주마를 사로잡고 그를 이용해 금은보화를 챙긴 후 역시살해한다. 1492년 크리스토퍼 컬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지 불과 40여 년 만에 아메리카 최대 제국이던 아스텍과 잉카는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고 각각 1,000만에서 2,000만으로 추산되는 두 제국 주민의 90%가수십 년 사이 사망한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잔인하게원주민을 살해했지만 사망자의90%는 유럽인들이 가져온 전염병으로 죽었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유럽인들이 만나는 순간 이들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럽인들이 아무리 친절하게 대했다 한들 결과는 달라지지않았을 것이다. 당시 원주민이나유럽인이나 전염병의 창궐에는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의 질병에 대한 면역체계가 없었을까. 콜레라, 천연두, 장티푸스, 흑사병 등 인간을 대량으로살상하는 전염병균들은 원래가축에서 온 것이다. 유럽인들은 이들 가축과 오랜 시간 접촉하며 면역성을 길러왔다.
그러나 신대륙에는 불행히도소와 돼지, 말의 조상인 들소와멧돼지, 야생마가 없었다. 마지막 빙하기이던 1만2,000여 년전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들은 얼음으로 덮인 베링 해협을가죽 옷을 입고 건너올 수 있었지만 가축들은 그럴 수 없었다.
이것이 나중에 아메리카 원주민의 몰락이라는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1620년 필그림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플리머스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버려진 원주민마을을 발견한다. 이곳은 유럽인들이 대구를 잡으러 자주 오던 곳으로 이들 선원과 접촉하면서 마을에 전염병이 돈 것이다. 이들이 기아로 고통 받고 있을 때 영어를 하는 원주민이 홀연 나타난다. 스페인 인들에 납치돼 유럽으로 끌려갔다 영국으로 탈출한 후 고향으로 돌아온 스콴토라는 남자였다. 그는필그림에게 옥수수 농사짓는법을 가르쳤고 이들은 이듬해가을 풍성히 열린 옥수수를 따먹으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이것이 추수감사절의 기원이다.
그러나 필그림을 살린 스콴토는 이듬해 열병으로 죽는다.
스콴토 덕분에 매사추세츠에서는 원주민과 유럽인 간에 50년 동안 평화가 유지되지만 유럽인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이 또한깨지고 원주민들은 대부분 살해되거나 축출되고 만다. 300년간계속된 백인과 원주민과의 싸움은 1924년 아파치와의 전쟁에서아파치가 패함으로써 끝나고 북미주는 백인들의 차지가 된다.
이제 추수감사절은 연말 쇼핑 시즌 시작을 알리는 날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그 기원을 살펴보면 쇼핑을 하며 마음 편히터키만 먹고 있을 수는 없다.
먼 옛날 가축을 데리고 오지 않은 죄로 몰살당한 인디언들의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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